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공항에 담배를 실은 밀수 풍선과 드론 등이 날아오는 일이 잇따르면서 한 달 새 세 차례 운영이 중단됐다. 빌뉴스 공항 당국은 22일 “벨라루스 쪽에서 헬륨 풍선 수십 개가 날아와 항공기와의 충돌 가능성이 우려되면서 전날 11시부터 오전 6시 30분까지 30여 편의 항공기 이착륙을 중단했다”며 “4000명 넘는 승객이 제때 비행기를 타지 못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공항 당국은 이날 12개의 풍선을 끌어내렸는데, 벨라루스 밀수꾼들이 국경을 넘어 리투아니아로 담배를 몰래 들여보내려 띄운 ‘밀수 풍선’으로 확인됐다. 벨라루스에서 한 갑당 2유로(약 3300원) 이하인 담뱃값이 유럽연합(EU) 국가인 리투아니아에선 5유로(약 8300원)로 1.5배 이상 뛰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이번 사태를 벨라루스 측의 조직·반복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잉가 루기니에네 총리는 “풍선이 또 국경을 넘으면 국경을 즉시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빌뉴스 공항은 지난 4일 밤~5일 새벽에도 담배 밀수 풍선으로, 지난달 26일엔 드론 출현으로 공항 운영이 중단됐었다. 담배 밀수 풍선은 2023년 11월에 처음 등장해 최근 급증세다. 그 배경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정보기관이 있다는 의심이 나온다. 리투아니아는 벨라루스와 678㎞의 국경을 맞댄 이웃이면서 앙숙이다.
특히 2021년 5월 벨라루스 정부가 그리스발 리투아니아행 여객기를 자국에 강제 착륙시킨 후 탑승 중이던 자국 반체제 인사인 로만 프로타세비치를 체포한 사건 이후 더욱 얼어붙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동맹이며, 리투아니아는 우크라이나의 대(對)러시아 항전을 지원하고 있는 EU·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일원이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해군 발트함대의 본거지인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와도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EU 또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루마니아·덴마크·노르웨이 등에서 연쇄 발생한 러시아 군용기와 드론의 영공 침범 역시 러시아·벨라루스가 배후에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유럽 내 안보 전문가들은 이를 EU·나토에 끊임없이 소규모 도발을 해 지치게 만드는 ‘경계 소모전’의 일환으로 본다.
리투아니아는 18세기 말부터 120여 년간 러시아의 통치를 받았다. 1918년 겨우 독립했지만, 1940년 소련에 다시 강제 편입돼 고유 언어와 전통 문화에 대한 탄압을 겪었다. 1990년 재독립 후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려 애를 써왔고, 2004년 나토와 EU에 가입하며 강력한 친서방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