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수감사절 상에 빠질 수 없는 핵심 메뉴 칠면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질병이 잇따라 창궐하고, 생산비가 늘면서 미국 내 농가에서 키우는 칠면조 개체 수가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탓이다. 미국 내 칠면조 사육 마릿 수는 올해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도매 가격은 이달 들어 1년 전보다 40% 가까이 뛰었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브리짓 브링크가 추수감사절을 맞아 철도 근로자들에게 칠면조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각)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미국 칠면조 시장에 가장 큰 악재는 단연 질병이다. 두 바이러스가 동시에 농가를 덮쳤다.

첫 번째는 ‘HPAI’로 불리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다. 이름 그대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명률이 높은 조류 독감이다. 2022년 이후 HPAI로 폐사하거나 살처분된 칠면조는 미국에서만 1870만 마리에 육박한다. 특히 올해는 HPAI가 가을철 물새 이동철과 맞물려 퍼졌다. 지난 달에만 사우스다코타, 미네소타, 위스콘신 같은 중서부 주요 칠면조 생산지 일대가 HPAI 영향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약 60만 6600마리가 살처분됐다.

여기에 두 번째 재앙인 ‘AMPV’(조류 메타뉴모바이러스·Avian Metapneumovirus)까지 겹쳤다. 이 바이러스는 HPAI보다 치명률은 낮다. 대신 조류에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며 극도로 빠른 속도로 퍼진다. 특히 지난해 초 발견된 새로운 아형(A형·B형)은 6개월 만에 미국 내 절반이 넘는 26개 주와 캐나다 2개 주로 확산할 만큼 전염 속도가 빠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전국 칠면조 연맹 회장 존 지머만(왼쪽), 그리고 지머만의 아들 그랜트(가운데)와 함께 지난해 11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미칠면조연맹(National Turkey Federation)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 칠면조 무리 60%에서 80%가 AMPV에 감염됐다. 이 바이러스는 칠면조를 즉각 폐사시키기보다, 암컷 산란율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HPAI 등으로 살처분된 개체 수를 보충할 새끼 칠면조 공급을 막는다. 이 바이러스가 퍼지면 칠면조 농가는 회전율에 제동이 걸린다.

미국 농업경제인연맹(AFBF·American Farm Bureau Federation)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전체 칠면조 사육 마릿수는 약 1억 9500만 마리로 추산된다. 거의 40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칠면조 사육이 정점이던 1996년 약 3억 300만 마리와 비교하면 36% 급감했다.

올해 미국 내 칠면조 총생산량은 무게 기준 약 48억 4000만 파운드(약 22억KG)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5% 정도 줄어든 수치다.

연중 가장 큰 대목을 앞두고 칠면조 공급이 달리자, 시장 가격은 즉각 반응했다. 미 농업경제인연맹(AFBF)은 최근 발간한 시장 분석 보고서 마켓 인텔(Market Intel)에서 경제적 요인과 질병 문제가 겹치며 칠면조 도매 가격이 약 40%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미 농무부(USDA)는 올해 추수감사절 칠면조 도매가격을 파운드당 1.32달러로 예보했다. 지난달 전망치보다 4센트 오른 값이다. 지난해 파운드당 0.92달러와 비교하면 40센트(약 43%) 급등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슈퍼마켓에 진열된 냉동 칠면조. /연합뉴스

칠면조는 전통적인 추수감사절 만찬 핵심이다. 아무리 가격이 올라도 ‘칠면조 없는 추수감사절’은 어불성설이다. 지피 듀발 AFBF 회장은 매체 인터뷰에서 “계속되는 공급 비용 상승, 무역 분쟁, 그리고 조류 관련 질병이 모두 농가에 큰 타격을 입혔다“면서도 ”올해 칠면조 공급이 빠듯하긴 하지만, 명절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유통업체는 일찌감치 할인 행사를 예고하며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다. 이날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으로 칠면조를 포함한 ‘추수감사절 할인 바구니’를 다시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추수감사절 칠면조는 유통업체 입장에서 일종의 ‘미끼 상품’ 또는 ‘손해 보고 파는 상품(Loss Leader)’ 역할을 한다. 칠면조 자체로 이윤을 남기기보다, 저렴한 칠면조를 사러 온 소비자가 스터핑, 크랜베리 소스, 호박 파이 등 다른 고수익 품목을 함께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