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직원들이 방수포로 조각상을 보호하고 있다. 직원 얼굴은 동그라미로 가림 처리했다./아트 뉴스페이퍼 페이스북

지난 19일 4인조 도둑이 사다리차를 동원해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 8점을 탈취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상당수 전시실에 보안 카메라(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의 허술한 보안 실태에 프랑스에선 “부끄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가 채무가 급증한 프랑스의 경제난에 유럽 특유의 경직된 관료주의까지 겹쳐 보안 시스템 개선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라디오프랑스,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은 도난 사건 다음 날인 20일 프랑스 정부의 루브르 박물관 감사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12일 공개 예정이었던 보고서엔 루브르의 CCTV 설치율이 최대 60%대에 그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물관을 이루는 주요 구역 세 곳 중 이번에 프랑스 왕실 보물을 도둑맞은 아폴론 갤러리와 ‘모나리자’가 있는 드농관(館) 전시실의 3분의 1에 CCTV가 없었다. 리슐리외관과 쉴리관의 CCTV 설치율도 각각 25%와 60%가량이었다고 한다. 박물관 전체 넓이가 축구장 11개 크기인 7만3000㎡나 되는데도 2019년 이후 증설된 CCTV는 138대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박물관 경영진은 2000년대부터 열악한 보안 실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보안 장비 확충이 심각하게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관람객이 연 900만명 수준으로 폭증하면서 보안 수요가 계속 커지는데도 정부의 예산편성과 집행이 계속 늦어졌다는 것이다. 또 지난 2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대규모 박물관 보수가 시작되면서, 현행 전시관의 보안 유지는 뒷전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는 “박물관의 연간 예산이 3억2300만유로(약 5353억원)나 되는데도 보안 강화를 우선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루브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데도 지난 10년 동안 보안 등을 담당하는 인력을 200명 가까이 줄였다. 직원들은 지난 6월 “현재 인원(약 2000명)으로는 밀려드는 관람객을 감당할 수 없다”며 항의성 파업을 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루브르 박물관의 안전은 정치적 의지와 자금에 달려 있는데 현재 프랑스엔 돈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