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난된 8점의 유물 가치가 14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루브르 박물관은 이번 손실에 대해 보상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 시각) 프랑스 경찰이 전날 도난 사건이 발생한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근처를 걷고 있다. / 로이터=연합

21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문화부 대변인은 일간지 르파리지앵에 보낸 성명에서 “헤아릴 수 없는 역사적 가치와 유산을 지닌 보석류의 손실에 대해 국가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해당 유물들은 민간 보험의 보장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국립박물관의 소장품이 통상적인 보존 장소에 있을 경우, 국가는 자체적으로 보험사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술품 보험료가 매우 비싼 반면 실제 보험 청구율은 낮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루브르를 포함한 세계 주요 공립박물관들은 평시 전시 중인 소장품에 대해 보험을 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2019년 독일 드레스덴 주립미술관에서도 100여 점의 보석이 도난당했으나, 당시에도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드레스덴 미술관이 속한 작센주는 “장기적으로 볼 때 보험료가 예상 손해액보다 높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루이비통재단이나 피노 컬렉션 등 사립 미술관은 상업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2019년 처칠의 생가이자 말버러 공작 가문 소유의 블레넘궁에서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아메리카(일명 ‘황금 변기’)가 도난당했는데, 당시 작품은 600만 달러(약 86억원) 상당의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번 사건은 루브르 박물관 내 아폴론관에서 발생했다. 지난 19일, 범인들은 프랑스 왕실 보석이 전시된 갤러리에 침입해 단 7분 만에 나폴레옹 1세가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과 브로치 등 9점을 훔쳐 달아났다. 이 중 외제니 황후의 왕관 1점은 훼손된 채 박물관 인근에서 회수됐다.

프랑스 미술품 보험사 세렉스 아슈랑스의 로맹 데슐레트 사장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법률상 루브르 같은 국립 기관은 소장품을 외부 기관으로 대여하거나 옮기지 않는 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며 “국립박물관 소장품은 박물관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게다가 루브르 박물관은 소장품 규모가 워낙 방대해 상업 보험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브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타니스의 스핑크스 등 세계적인 예술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보험중개사 마시(Marsh)의 찰리 호렐 미술품 담당 이사는 FT에 “루브르의 방대한 컬렉션은 런던 보험 시장 전체를 압도할 수준이며,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로르 베퀴오 파리 검사장은 프랑스 RTL 라디오 인터뷰에서 “루브르 큐레이터의 추산에 따르면 도난품의 가치는 약 8800만 유로(한화 약 146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검사장은 “엄청난 피해액”이라며 “더 큰 손실은 프랑스의 역사적 문화 유산에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