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반(反)트럼프 시위대를 향해 오물을 퍼붓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날 미 전역에서 진행된 ‘노 킹스(왕은 없다)’ 시위를 조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상은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됐으며 약 20초 분량이다. 영상에는 왕관을 쓴 트럼프 대통령이 ‘킹 트럼프’라고 적힌 제트 전투기를 몰고 시위대에 갈색 오물을 대량으로 투하하고, 시위 참가자들은 오물을 흠뻑 뒤집어쓴 모습이 등장한다. 영화 ‘탑건’의 삽입곡 ‘Danger Zone’이 배경음으로 흘러나온다.
영상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풍자 밈을 제작하는 ‘xerias_x’라는 계정이 “트럼프 대통령이 노 킹스 시위에 잠시 등장했다”는 글과 함께 처음 올렸다. 7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별다른 설명 없이 이 영상을 공유해 화제가 됐다. 이는 미국 전역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를 겨냥한 의도로 보인다.
보수 진영 인사들도 이런 조롱 밈을 덩달아 공유하고 있다.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앞선 영상을 게시하며 “노킹스 시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응답”이라고 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블루스카이에서 왕관을 쓴 트럼프 대통령 앞에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 의장과 다른 민주당 의원들이 무릎을 꿇는 모습의 AI 영상을 올렸다.
CNN 등에 따르면, 50개주 전역 2700여 곳에서 열린 이번 시위에는 약 700만명이 참여했다. ‘노 킹스’는 정부 셧다운과 이민 단속, 미국 내 연방군 배치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제왕적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의미로 붙여졌다. 시위 현장에는 “1776년 이후 왕이란 없다” “우리의 마지막 왕은 조지”라고 적은 팻말이 등장했다.
앞서 마크 러팔로, 지미 키멜 등 유명 인사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 시위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로버트 드 니로는 “민주주의를 빼앗으려는 ‘자칭 왕’ 도널드 1세가 등장했다. 이번에도 우리는 일어나고 있다. 비폭력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왕은 없다’고 외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전날인 17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킹’(시위) 때문에 (정부 운영 재개를) 미루고 싶다고 말한다”며 “그들은 나를 왕으로 지칭하고 있지만,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도자들은 이 시위를 ‘미국 혐오’라며 비난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주도(州都) 오스틴에서 대규모 ‘노 킹스’ 시위가 예고되자 시위 이틀 전인 16일에 “텍사스에서 폭력과 파괴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텍사스 공안부와 텍사스 주방위군에 지시해 오스틴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모든 법 집행 공무원들과 자원을 배치토록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당일에는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로 가서 한국·일본·대만 기업 대표들과 골프를 쳤다. J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근처에 있는 펜들턴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미국 해병대 창건 2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를 두고 노 킹스 시위에 맞불을 놓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노 킹스’ 시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6월 14일 처음으로 열린 시위에는 미 전역에서 500만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