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가자 평화 정상회의(가자 정상회의)’가 13일 이집트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서 평화 합의문 서명식과 함께 열렸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트럼프 평화 구상 1단계 합의를 국제적으로 제도화하고, 2단계 합의 추진과 실행 방법도 논의하기 위한 행사다.
이날 회의에는 미국·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 등 4개 중재국 정상과 함께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헝가리, 요르단, 바레인, 파키스탄 등 20여 국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유엔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 등도 자리했고, 총 30여 명의 정상급 인사가 모였다. 트럼프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공동 의장을 맡았다.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불참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유대 명절 일정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이스라엘 매체들은 “우파 연정 내 강경파들의 내부 반발을 의식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힌 하마스는 카타르와 튀르키예를 통해 “무장 해제를 전제로 한 회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날 개막 연설에서 " 마침내 평화가 찾아왔다”며 “우리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일을 해냈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가장 큰 거래’라고 불렸지만, 현실이 됐다”며 “중동의 분쟁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었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국제 감시기구 설치, 가자 재건 기금 창설, 민간인 보호 체계 강화, 가자 행정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했다. 또 4개 중재국이 공동으로 ‘샤름 엘셰이크 합의문(평화 선언문)’에 서명했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가자 평화 구상의 실현을 위해 4개 중재국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트럼프의 이스라엘 방문 일정이 길어지면서 2시간 이상 지연돼 시작됐다. 그러나 참석 정상 누구도 이에 공개적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또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튀르키예 등 4개 중재국 정상이 앞에 앉고, 나머지 정상들은 뒤에 병풍처럼 늘어서 장면을 연출했다.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부유한 국가들의 정상들이 이렇게 뒤쪽에 앉은 것은 정말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없이 이 지역의 평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트럼프에게 이집트 최고 민간훈장을 수여했다.
외신들은 “이번 회의는 1978년 캠프데이비드 협정 이후 중동에서 가장 포괄적인 다자 평화 시도”라며 “휴전이 제도화되면 가자 재건이 국제공동사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쟁의 책임과 법적 문제를 회피한 채 선언만 반복한다면 실질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