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10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며 큰폭으로 하락했다./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해 분노하며 강력 대응 조치를 시사한 10일 미국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마무리될 것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다시 한 번 고조되는 양국 사이 긴장으로 잔뜩 움츠러든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날 미국 주식 시장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다우 평균은 1.9%, S&P500 지수는 2.7%, 나스닥 지수는 3.6% 내렸다. 증시는 이날 소폭 상승세를 보이며 출발했지만 트럼프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급격히 방향을 바꿔 떨어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시진핑 주석과 예정됐던 회담을 취소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직후 증시가 폭락했다”면서 “주요 지수는 주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고 했다.

특히 주요 빅테크 기업이 타격을 입어, 하루 만에 주요 빅테크 시가총액이 7700억달러(약1101조원) 넘게 증발했다.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는 장중 역대 최고점인 195.62달러까지 상승했으나,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4.85% 급락한 183.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간 외 거래에서도 약 2% 하락해, 이날 하루 시가총액이 2290억달러(327조원) 감소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역시 5.06% 하락하며 시총이 710억달러 사라졌고, 애플도 3.45% 내리며 1310억달러가 증발했다. 시가총액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역시 각각 2.19%, 4.99% 하락했다. 구글과 메타는 각각 1.95%, 3.85% 내렸다.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이들 7개 기술 대형주의 시총이 이날 하루에만 총 7700억달러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날 증시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 발표로 하루만에 시총이 1조달러 증발한 이후 최악의 추이를 보였다.

증시는 이날 오전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중국과 관련해 강경한 발언을 내놓은 영향을 받았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해 “전 세계를 인질로 잡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APEC 정상회의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6년 만의 대면(對面) 회담을 갖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도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들의 조치에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 대응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으나 결국 미국에는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으로 지난 4월 시작된 중국과 관세 전쟁이 재점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양국은 현재 11월 말까지 상호 관세 인하 조치를 연장한 상태다. 양측 대표단은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율을 115%포인트씩 대폭 낮추고,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희토류 광물 공급을 재개하는 내용의 ‘휴전 협정’을 90일씩 연장하면서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난 9월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관련 해외 수출 통제 조치 시행 결정’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중국 이외 지역에서 중국산 희토류를 혼합해 영구자석 등을 제조할 경우(희토류 함유율 0.1% 이상)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등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