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전 총리 /AFP 연합뉴스

급증하는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를 줄이려 긴축 예산안을 내놓은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의회에서 불신임돼 실각했다. 지난해 12월 전임 미셸 바르니에 내각이 긴축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가 불신임돼 무너진 지 9개월 만에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나랏돈을 풀어 표를 얻는 ‘재정 포퓰리즘’ 속에 과감한 긴축 예산을 추진한 총리가 잇따라 물러나면서 프랑스의 부채 위기는 더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 하원은 8일 바이루 총리 신임 여부를 묻는 표결에서 반대 364명, 찬성 194명의 압도적 표차로 불신임을 결정했다. ‘좌파 연합’은 물론 극우 국민연합(RN) 등 야권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졌고, 우파 공화당의 일부 의원도 동참했다.

바이루는 지난 7월 공휴일 2일 축소, 연금 동결, 의료 예산 감축 등을 포함해 총 440억유로(약 64조원)의 지출을 줄인 내년도 예산안을 내놨다. 프랑스는 지난 수십 년간 고질적 재정 적자가 계속되면서 2000년대 초반 국내총생산(GDP)의 60% 수준이었던 국가 부채가 현재 114%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다. 바이루는 당시 “내년에는 (국방을 제외하고) 올해보다 1유로도 더 지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에 야권은 “부자와 대기업 증세 없이 서민만 희생시키는 방안”(좌파), “전기 요금 인상과 의료비 부담 확대로 인해 서민과 고령층의 생활고가 심해진다”(극우)고 강력 비판했다. 올해 2월 긴축 예산안 통과에 협조했던 온건 좌파와 우파도 이번엔 공휴일 축소와 연금 동결이 대중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정치적 판단에 등을 돌렸다.

프랑스는 외교·국방 정책은 대통령이 이끌지만, 경제 정책 등 일상적 정부 운영은 총리가 책임지는 이원집정부제다. 바이루는 이날 표결 전 토론에서 “여러분(의원들)은 정부를 전복시킬 힘은 있지만, 냉혹한 현실에서 도망칠 능력은 없다”며 “지출은 더 늘고, 이미 과중한 부채 부담은 더욱 무겁고 비싸질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번 불신임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년 새 다섯 번째 총리를 임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야권은 2년째 이어지는 정국 불안이 마크롱의 오만과 고집 탓이라며 극좌는 대통령 탄핵을, 극우는 조기 총선을 주장하고 있다. 10일에는 전국적인 긴축 반대 시위와 파업도 벌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