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중국에서는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모두 우익 성향을 지닌 탓에, 일본이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중국과는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외교 정책을 전개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의 새 지도자는 중국과의 관계에 더 큰 압력을 가할까?’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시바 총리의 후임이 누가 되든 험난한 중·일 관계를 헤쳐나가야 하며, 전문가들은 일본이 앞으로도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가장 유력한 차기 총재·총리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총리는 국회 의석수가 많은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 지명선거에서 총리로 지명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현재 이시바 총리가 속한 자민당은 국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야당 간의 이해관계 차이로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은 만큼 자민당 총재가 총리로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 전 안보상은 고(故) 아베 총리의 강경 보수 노선을 따르는 우익 성향이며, 고이즈미 농림상은 다카이치 보다는 덜하지만 외교 안보 분야에서는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등 비교적 온건한 모습을 보였지만, 다카이치와 고이즈미 모두 야스쿠니 신사를 줄곧 참배했다.
남중국공대 외교정책 조교수 쉬 웨이쥔은 다카이치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면, 일본의 방위력을 강화를 위해 미국과 협력을 확대하는 등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이즈미에 대해서는 경제안보를 위한 정책을 펼치면서도 산업 공급망 혼란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의 실질적 협력을 유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중 전략’과 궤를 같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쉬 교수는 “(두 사람의) 차이는 전략에 있다”면서도 “누가 이시바 총리의 뒤를 잇더라도 일본의 대중 정책에 가해질 조정은 중·일 관계에 더 큰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소의 장윈 교수도 보수적이고, 우익적이며, 민족주의적인 세력이 일본에서 커지고 있는 현상이 “당분간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새 지도자가 이들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 오른쪽으로 기울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일본의 국내외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중·일 관계에 있어 매우 큰 불확실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 일본 총리가 미·일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 등으로 인해 대중 외교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쉬 교수는 “이시바의 후임자가 양국 간 일부 마찰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정을 시도할 수는 있다”면서도 “이는 미·일 동맹의 핵심 이익을 해치거나 일본 내 보수 정치인들의 합의를 흔들지 않는 범위에 한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국 간 긴장은 이미 고조된 상태다. 지난달 일본이 동맹국들에게 중국 전승절 행사 불참을 권유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으며, 일본 정치인들은 패전 80주년에 맞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자 중국이 외교적으로 항의했다. 지난 8일에는 중국 정부가 중국 출신으로 일본에 귀화해 극우 활동을 펼쳐온 세키 헤이 참의원에 대해 제재를 발표했다. 우익 인사가 총리에 오를 경우, 양국 간 긴장은 한층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