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로스앤젤레스(LA) 등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무작위식 이민 단속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리며 하급심의 제동을 뒤집었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 이민 단속 방침에 다시 힘이 실리게 됐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과 국토안보부 경찰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ICE 및 이민 단속을 반대하는 시위를 경계하는 모습. /UPI 연합뉴스

8일(현지 시각)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6대 3 의견으로 이민 당국이 불법체류자 밀집 지역을 급습해 무작위 검문과 체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앞서 LA 연방법원과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이 내린 임시 금지 명령을 무효화한 것이다.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서 하급심 결정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해 합법적 단속 노력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많은 이들이 단순히 외모와 억양,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유만으로 굴욕적 처우를 받았다”며 판결을 비판했다.

이번 판결은 긴급 가처분에 대한 결정으로, 본안 소송은 캘리포니아에서 계속 진행된다. 원고 측은 당국이 갈색 피부의 중남미계 이민자들을 집중적으로 표적 삼아 신분을 확인하는 방식이 인종차별적이고 위헌이라고 주장해왔다.

LA에서는 즉각 반발이 일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고 법원이 아무런 증거나 영장 없이 연방 요원이 시민들을 거리에서 붙잡아갈 수 있다고 판결했다”며 “이는 미국적이지 않으며 자유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더라도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차별 단속의 피해자로 소송에 참여한 페드로 바스케스 페르도모는 ICE 요원들이 영장 없이 자신을 검문했다며 “나는 아무 가치 없는 존재처럼 취급받았다. 대법원이 이를 허용한 것은 정의가 아니라 ‘배지를 단 인종차별’”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이번 결정을 “거대한 승리”라고 환영하며 “이제 ICE는 사법부의 간섭 없이 캘리포니아에서 순회 단속을 계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CNN은 이번 판결이 법적으로는 남부 캘리포니아 7개 카운티에 적용되지만, 전국적으로 무작위 단속을 사실상 용인하는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