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뒤따라 김정은 딸 김주애(점선)가 따라 내리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역에 도착해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2일 오후 4시(한국 시각 5시) 녹색 바탕 차체에 노란 측면 띠를 두른 김정은의 전용열차가 베이징역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관측됐다. 김정은의 이번 방문은 3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정보당국자는 “김정은이 열차에서 내릴 때 뒤에 보이는 여성은 김주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열병식 참석 26국 정상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을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배치했다. 열병식에서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앉게 될 뿐 아니라 연쇄 양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2m 높이의 가림막이 세워진 베이징역에서는 오후 1시 30분부터 공안 인력이 대거 투입되며 경계가 삼엄해졌다. 2시 15분에는 검은색 차량들이 무더기로 역내 VIP 출구로 진입해, 김정은을 영접하는 중국 고위급 인사가 도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같은 시각 주중북한대사관 인근 식당에는 ‘영업 중단’ 요청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2시 42분에는 국빈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 일대에 바리케이드 설치 작업이 시작되고, 댜오위타이 동문 앞에서는 행인들에 대한 강도 높은 통제가 이뤄졌다.

김정은은 베이징 도착 직후 곧장 주중 북한 대사관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댜오위타이에서 여장을 풀지도 주목된다. 김정은은 과거 베이징 방문 기간에는 댜오위타이 18호각에 묵어왔다. 이곳은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아버지인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투숙해온 곳이다.

<YONHAP PHOTO-4716> '김정은 방중' 북 인공기 단 차량 행렬 (베이징 교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차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일 인공기를 단 차량 행렬이 베이징 시내를 지나고 있다. 2025.9.2 photo@yna.co.kr/2025-09-02 19:03:13/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중국 신화통신이 이날 공개한 사진에는 베이징에 도착한 김정은의 특별 열차에 김주애로 추정되는 인물이 탑승한 장면이 포착됐다. 북한 내 의전서열상 김정은 바로 뒤에서, 최선희 외무상보다 앞서갈 수 있는 인물은 김주애뿐이라는 분석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번에 김정은이 방중하면서 딸 김주애를 동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해 주애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방중 일정에서 딸을 대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 사회에 김주애가 차기 지도자라는 것을 선언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주애는 2022년 공식 석상 등장 이후 각종 ‘1호 의전’을 수행해 왔고, 지난 5월에는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행사에 김정은과 동행해 외교 무대 데뷔도 했다.

김정은이 베이징 도착 당일 인민대회당으로 이동해 푸틴과 양자 회담을 갖거나 3일 시진핑이 주최하는 저녁 연회에 참석할지도 관심사다. 2일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북·러 정상회담 여부가 결정됐느냐는 질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저녁 베이징에 도착한다”며 “도착 후 일정을 고려해 (정상회담) 가능성을 대표단과 직접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을 가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의 중국 지도자 개인 관저에서 함께 산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은 앞선 네 차례 방중 때는 도착 첫날 시진핑과 환영 만찬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다자 무대에서 만나기에 단독 만찬이 어려울 수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이전과는 다른 조건에서 이뤄지기에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중·러와의 밀착을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3일 열리는 열병식은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장 망루 위에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앉은 모습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며 신(新)냉전 구도를 예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1959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소 정상회담 이후 66년 만이다. 3국이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회담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오후 베이징역의 VIP 통로에 경찰차들이 진입하고, 인공기를 든 여성들이 등장했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국가정보원은 2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김정은이 3일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천안문에 서서 ‘삼각 연대’를 재현할 것”이라면서도 “김정은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매우 크지만, 북·중·러 정상회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