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장관은 27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연방준비제도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기획재정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립성을 끝장낼 위협이며, 동시에 미국의 통화정책이 국내외에서 가진 신뢰성도 함께 위태롭게 한다.”

트럼프가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주장하며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전격 해임한 것과 관련해 미 재무장관과 연준 의장을 역임했던 재닛 옐런이 공개적으로 작심 비판했다. 연준을 정치화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독립성을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설정해야 할 연준을 흔들고,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쿡이 트럼프의 해임 방침에 반발해 소송을 내겠다고 밝힌 가운데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미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연준 내부가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옐런은 27일 파이낸셜타임스에 “연준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미국의 신뢰성을 위협한다”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 때 연준 의장, 바이든 정부 때 재무장관을 했다. 미 역사상 연준 의장과 재무장관을 모두 맡은 최초의 인물이다. 이 글에서 그는 “트럼프가 ‘사유가 있어’ 쿡을 해임했다고 주장한 것은 불법일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연준 지도부를 위협해 통화정책을 대통령의 뜻에 맞게 조종하려는 직접적인 시도를 의미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25일 쿡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사기를 저질렀으며 이는 해임할 만한 충분한 사유라고 주장하며 그를 해임했다. 하지만 쿡은 아직 사기 혐의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

옐런은 “이 문제는 연준 이사 한 명에 관한 것이 아니고 ‘위협’”이라면서 “연준 이사회 구성원 전체는 물론 회의에 참여하는 지역 연준은행 총재들에게까지 ‘대통령의 견해에 반대하면 다음은 너희 차례’라는 한기를 느끼게 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쿡을 해임하는 이유로 사기 혐의를 들었지만 옐런은 “연준이 금리를 대폭 인하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연준에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했지만, 연준은 관세 정책의 여파 등을 지켜보며 올해 내내 동결하고 있다. 옐런은 “트럼프는 (금리를 내려) 미 정부의 37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 상환 비용을 줄이려고 한다”면서 “이 목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결과는 재앙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연준이 책임 있는 통화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신뢰는 달러화와 미 국채에 대한 신뢰를 뒷받침한다”면서 “시장이 연준의 결정이 정치적 지시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게 되면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 이사. /AP 연합뉴스

옐런은 트럼프의 행동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쿡을 해임하려는 시도는 무관심이나 무시가 아니라 분노로 맞서야 할 일”이라면서 “의회는 연준의 독립성을 수호하고 사법부는 불법적인 권력 남용을 무효로 하고 금융권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연준은 내달 16~17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극심한 혼란 속에 빠졌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에는 연준 이사 7명과 지역 연준은행 총재 5명이 참석한다. 현재 연준 이사 7명(한 명은 지난달 사퇴) 중 2명은 트럼프가 1기 정부 때 임명했고 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