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왼쪽)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조선일보DB

미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1기 행정부 관리였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미국 내에서 “트럼프가 반대 세력을 탄압하고자 법을 남용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FBI는 이날 22일 오전 7시(현지 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볼턴의 자택을 불시에 압수 수색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압수 수색은 보복과 법 집행의 불안한 혼합”이라고 했다. FBI는 볼턴이 불법적으로 기밀 정보를 공유하거나 소지했는지 규명하고자 압수 수색을 했다는 입장이지만 NYT는 “당국이 그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 세력을 처벌하려는 노력은 조사에 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고 했다.

FBI 요원들이 22일(현지 시각) 워싱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자료를 넣은 상자를 들고 나오고 있다.AP 연합뉴스

NYT는 이번 압수 수색에 대해 “정부의 가장 위협적인 권한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트럼프의 보복 작전으로, 법 집행 기관이 정치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NYT는 “압수수색이라는 합법적인 법 집행 절차가 자신의 적대자들에게 가하겠다는 트럼프에 고집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도 했다.

실제 이날 볼턴의 자택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트럼프를 감옥으로’ 등 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NYT는 “트럼프가 자신의 적들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라는 공무가 합목적성에 따라 진행된다는) 적법 추정, 선의(善意) 추정을 모두 상실했다”고 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가 22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존 볼턴 자택 압수수색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복수를 위해 FBI를 남용한다' '미국에는 왕이 없다' '파시즘은 애국이 아니다' 등 팻말을 든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후 7개월 동안 트럼프가 적이라고 여기는 정치 세력뿐 아니라 대학, 언론사, 로펌까지 범정부적으로 공격했다”며 “이들에게 법적, 재정적 압력을 가했다”고 했다. 볼턴 압수 수색 과정에서 FBI 국장과 부국장이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공직 부패는 용납되지 않을 것” 같은 언급을 한 데 대해서도 “행정부 관계자들이 거의 신이 난 듯 발언했다”며 FBI라는 공적 기관이 트럼프 개인의 사적 복수에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비판했다.

볼턴은 2020년 출간한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재직 시 서명한 ‘비밀유지협약’을 어겼다며 출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미 법무부가 수사를 진행했지만, 그해 11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수사는 중단된 상태였다.

<YONHAP PHOTO-0794> Former national security adviser John Bolton waves as he arrives at his house Friday, Aug. 22, 2025, in Bethesda, Md. (AP Photo/Manuel Balce Ceneta)/2025-08-23 05:41:11/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미국의 대표적인 대외 강경파 인사인 볼턴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 기용됐으나, 북한·이란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다 2019년 경질됐다. 이후 ‘트럼프 저격수’로 돌변한 그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 정책 등을 여러 차례 비판해왔다. 지난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이후에도 공개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는 취임 첫날 볼턴에 대한 경호 지원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취했었다. 볼턴은 최근에도 트럼프의 각종 분쟁 중재 노력에 대해 “노벨평화상 욕심 때문”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