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장벽을 검은색 페인트로 칠하라고 지시했다. 태양빛을 흡수한 철제 장벽이 뜨겁게 달궈져 불법 입국 희망자들이 이를 기어오르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19일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뉴멕시코주 산타테레사 국경 구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장벽 전체를 검은색으로 칠하는 작업이 시작됐다”며 현장에서 직접 페인트 롤러를 잡고 철제 기둥에 검은색을 입혔다. 놈 장관은 “장벽은 높고 땅속까지 깊이 박혀 있어 올라가거나 밑으로 파고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오늘부터는 검은색으로 칠해서 더 오르기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당시에도 멕시코 국경 장벽을 방문해 “장벽은 반드시 검은색으로 칠해야 한다. 검은색으로 칠하면 너무 뜨거워 아무도 오를 수 없다”고 했는데, 이번에 직접 실행에 나선 것이다.
검은색이 흰색보다 태양열을 많이 흡수한다는 사실은 널리 입증돼 있다. 한 실험에서는 같은 햇볕 아래 흰색 문 표면이 섭씨 43도, 어두운색 문은 66도까지 치솟아 색상 차이만으로 23도의 온도 차가 발생했다. 놈 장관이 시범 도색을 벌인 산타테레사 지역은 여름철 최고 기온이 42도까지 올라가는 등 원래도 극심한 폭염으로 유명하다. 강렬한 햇볕에 노출된 장벽 표면이 검은색으로 칠해질 경우, 실제 체감 온도는 수십 도 이상 높아져 맨손으로 잡고 오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멕시코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장벽 건설 재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연방 의회는 지난달 470억달러(약 65조원) 규모의 장벽 건설 및 유지 예산을 승인했다. 장벽은 높이 약 9m에 틈새가 10cm에 불과해 사람은 물론 웬만한 동물들도 통과하기 힘들다. 여기에 검은색 도색까지 더해지면 ‘이중 철벽’이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질적 안보 업무보다 이미지 연출에 몰두하며 ‘현장 쇼’에 과도하게 집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미 언론은 놈 장관을 가리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치 미학의 연출”이라며 “국토안보부 장관으로서 본연의 역할보다 트럼프에게 충성하는 장면 만들기에 치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