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순 우기를 맞은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에서 기습 폭우로 홍수가 발생하면서 300명 넘게 사망했다.
16일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파크툰크와주에서 전날부터 기습 폭우가 내리면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틀간 307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실종됐다. 특히 부네르 지역은 18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가장 피해가 컸다.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선 9명이 사망했다.
구조대원들은 보트와 헬기를 동원해 홍수로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주택이 무너진 마을 곳곳에서 훼손된 시신이 발견되고 있어 앞으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홍수 피해 지역으로 구호품을 운반하던 헬기가 기상 악화로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파크툰크와주 산악지대인 바자우르 지구에서는 구호품 운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을 포함한 탑승자 5명이 숨졌다.
홍수는 주민들이 미처 대피할 시간도 없이 마을을 집어삼켰다. 부네르의 한 주민은 AFP통신에 “홍수가 종말의 날처럼 찾아왔다”며 “산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 밖에 뛰쳐나가보니 쏟아지는 물 때문에 마을이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죽음이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긴급회의를 열고 관광객과 이재민을 대피시키라고 명령했고, 재난 관리 당국도 부네르 지구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파키스탄 인근 인도령 카슈미르 키슈와르 지역 산간 마을에서도 유사한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 60명이 숨지고 80명이 실종됐다. 부상자 150명 가운데 50명은 중태다.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시작된 이른바 구름 폭우가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으로 확산한 것이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도 히말라야 지역과 파키스탄 북부 지역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구름 폭우가 자주 발생한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매년 6∼9월 몬순 우기가 이어진다. 이 기간에 내리는 비는 극심한 무더위를 식혀주고 농작물 재배에도 도움이 되지만 이 지역의 하수와 배수 시설이 열악한 탓에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는 이런 기습 폭우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 6월 24일부터 한 달 동안 파키스탄 강수량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예년보다 10∼15%가량 더 많았다. BBC는 파키스탄 북부 빙하가 지구 온난화로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최근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