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세 휴전’이 90일 연장된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대두(大豆) 수입 확대를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두 수입 확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요 요구 사항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합의 발표 전날인 지난 10일 “중국이 빨리 (미국산) 대두 주문량을 4배 늘리길 바란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이런 요구의 배경이나 무역 협상과의 연관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두 수입 확대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를 상당히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면서 “빠른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에게 감사한다”고 썼다.

중국은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이자 한때 미국산 대두 최대 구매국이었지만, 트럼프 집권 1기에 시작된 무역 전쟁 이후 브라질산 대두 수입량을 늘리며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중국의 대두 수입량 중 미국산 비율은 2016년 40%에서 2024년 21%로 떨어진 반면, 브라질산이 약 70%를 기록하며 1위에 올라섰다. 미 농무부의 지난달 말 집계에 따르면, 중국은 다음 달 시작되는 2026년 마케팅 연도 기준으로 미국 대두를 전혀 주문하지 않은 상태다. 중국은 볶는 요리가 많아 대두 식용유가 가정 필수품으로 꼽히고, 돼지 사료 공급을 위한 수요도 커서 미국산 수입 확대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두 구매 요구가 정치적 계산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농산물은 미·중 관계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라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리밍장 난양공대 교수도 “중국이 이미 대두 수입 다변화에 성공해 협상력이 높아졌고, 대두 문제는 미국산 첨단 반도체 수입 등 더 광범위한 통상 합의 속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약 18개월간 무역 전쟁을 벌인 미·중은 2020년 1월 ‘1단계 무역 합의’의 일환으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등을 대규모로 구매하기로 한 전례도 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대중 상품 무역 적자는 2954억달러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