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운영 방식이 공산당 일당 체제인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식 사회주의’를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기업의 경영 결정에 국가가 개입하고, 권력에 도전하는 언론·금융권에 보복성 압박을 하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자유 시장과 사유재산권을 핵심 가치로 하는 미국이 트럼프 시대를 맞아 ‘국가자본주의’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집권 2기 트럼프 정책에 대해 “사기업의 결정을 국가가 이끄는 사회주의·자본주의의 혼합형”이라고 규정하며,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국가 주도형 시장경제’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WSJ는 트럼프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에 중국 판매 수익의 15%를 미 정부에 납부하도록 한 것, 중국 연계 의혹이 제기된 인텔 CEO 립부 탄에 대한 사임 요구, US스틸 매각 승인 조건으로 일본제철에서 ‘황금주’(소수 지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 주식)를 확보한 일 등을 예로 들었다. 중국이 민간 기업으로 하여금 당·국가에 황금주를 발행하게 하는 것처럼 사기업에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는 구조와 이러한 트럼프 정책이 근본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반대 세력 압박도 서슴지 않는데 이 역시 시 주석의 통치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에 100억달러 명예훼손 소송을 걸고,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교체 압박을 가해 왔다. 시 주석 역시 중국의 규제 당국을 비판한 자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에 대해 약 3조9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무자비한 보복 조치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지도자는 정치적 선전 방식에서도 접점을 보인다. 시 주석은 ‘중국 제조 2025’나 ‘일대일로’ 구상처럼 경제정책을 국가 전략화해 왔는데, 트럼프 역시 제조업 부흥을 외교·안보 전략과 직결시키며 개별 기업의 투자나 공장 건설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시 주석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빈곤 퇴치 성과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듯 트럼프도 투자 유치 금액, 일자리 창출 숫자, 관세 수입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지지층 결집에 활용한다.

애국주의를 동원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시 주석의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구호는 국가 자존심을 경제 개입 명분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같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그간 선거 유세와 연설에서 시 주석의 권위주의 통치, 중국 공산당의 전체주의를 강하게 비판해 왔지만 결국 권력 유지와 영향력 확대라는 목적 아래 선택하는 정치 수단은 점점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WSJ는 “트럼프가 시진핑을 모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국가자본주의가 미국에서 자본주의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이 얼마나 잘 유지되는지에 달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