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한국 사회는 여전히 소련군이 1945년 한반도 해방에 직접 기여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며 “오는 15일 광복절과 러시아의 대일(對日) 전승기념일(9월 3일)을 계기로 소련의 역사적 역할을 한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교(MGIMO)가 계간으로 발행하는 한국 외교 전문지 ‘Koreanology(코리아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해방의 주체로 미국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소련군의 상륙과 전투, 특히 청진 해방 작전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청진 해방 작전은 소련 태평양함대가 1945년 8월 13일 함경북도에 상륙한 뒤 3일 후 청진군을 점령한 작전이다. 소련군이 한반도 해방에 직접 참여한 대표적 전투 중 하나다.
그는 “1948년 이승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립된 이후 소련과의 외교 관계가 사실상 단절됐고, 그 영향으로 한국의 교육과정과 공식 서술에서 소련의 역할이 오랫동안 배제되었다”며 “그 결과 한 세대 이상의 한국인들이 소련이 한반도 해방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아예 알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러시아에 대한 정보 환경은 전반적으로 불리하다. 서방 주류 언론에 의해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국민 간 상호 호감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2024년 1월 부임한 지노비예프 대사는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장과 주중국대사관 참사관 등을 역임한 ‘아시아통’으로 꼽힌다. 모스크바국립대 아시아·아프리카연구소와 베이징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한·중·북한 정책 실무를 두루 거쳤다. 주 북한 러시아 대사관에서도 근무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이후 한러 관계가 악화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양자 관계 정상화를 위한 일정한 조치들이 가까운 미래에 취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의 활동을 중단해야 했고, 이로 인해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며 “직항 항공편 재개나 외교 채널 복원 등 실질적 협력이 곧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윤주석 외교부 영사안전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제18차 한러 영사협의회를 개최했다. 올해 2차 대전 종전 80주년을 맞아 주한 러시아 커뮤니티는 대사관 주최로 승전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 5월 서울 도심에서 2차 대전 소련군의 승리를 기념하는 ‘불멸의 연대’ 행진을 개최해 약 500명이 참여했다. 인천·부산에서도 러시아 전몰장병을 기리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러시아는 대일 전승기념일 관련 기념행사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