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과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 사건을 담당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에게 소환장을 보낸 것으로 9일 전해지면서 ‘보복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제임스가 트럼프와 트럼프 그룹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낸 것은 행정권 남용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달 2일에도 트럼프를 2건의 연방 사건으로 기소했던 잭 스미스 전 특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자신을 법적·정치적 곤경에 처하게 한 검사들에 대한 공격을 전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 연방 북부 지검은 최근 제임스에게 두 건의 소환장을 보냈다. 제임스가 이끄는 뉴욕주 검찰이 트럼프 그룹과 전미총기협회(NRA)를 상대로 각각 진행한 민사소송이 ‘민권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민권법은 역사적으로 인종, 종교, 성별 또는 출신 국가를 이유로 사람들을 학대한 경찰관이나 교도관을 기소하는 데 사용됐다. 그런데 연방 검찰은 제임스가 행정부 권한을 남용해 트럼프 등 개인을 수사해 민권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고 수사 선상에 올렸다. 제임스는 2022년 트럼프와 그의 자녀가 은행 대출을 쉽게 받기 위해 트럼프 그룹의 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등 금융 사기 혐의가 있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지난해 2월 1심 법원은 혐의를 인정해 트럼프와 그의 그룹에게 벌금 3억5500만달러를 선고했고, 현재 이자까지 5억달러(약 7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트럼프는 항소했다.
이뿐만 아니라 법무부는 극우 성향의 에드 마틴 전 워싱턴 DC 연방 검사 대행을 법무부 소속 특별 검사로 임명해 제임스와 애덤 시프(민주당)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의 부동산 거래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프 의원도 트럼프를 오랫동안 비판해 온 정적으로 꼽힌다. NYT는 “트럼프가 정적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갑작스럽게 높였다”고 했다.
최근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를 수사하거나 재판에 세운 검사들에 대한 정권 차원의 보복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적지 않다. 지난 2일 미 공직윤리감찰기구(OSC)는 백악관 기밀 문건 유출 사건과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및 의회 폭동 선동 사건을 수사한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OSC는 스미스가 트럼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편파적으로 행동하면서 연방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해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충성파들을 앉힌 기관에서 이례적인 조사에 나섰다”고 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가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법무부에 설치한 무기화 TF(Weaponization Working Group)는 트럼프를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기소하고 1심에서 유죄를 이끌어 낸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TF는 트럼프 전·현 정부 및 보수 인사들에 대한 수사·기소의 정당성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목적으로 설치됐으며, 조사 대상 최상단에 브래그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