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의사당 3층 상원 본회의장의 언론 전용 출입구. 의회 취재 기자들이 드나드는 문에 카메라와 노트북, 휴대전화 반입을 모두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현재 미 의회는 9월 초까지 일정이 없는 휴회 기간인데도 의회 측은 “본회의장 방청석에 들어가려면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모두 밖에 두고 가라”고 했다.
모든 전자 기기를 내려놓고 들어간 상원 본회의장에는 상원의원 100명의 책상이 줄지어 있었다. 의원 정원 300명인 우리 국회 본회의장의 절반도 안 돼 보이는 아담한 크기였다. 취재진이 본회의장 의원들을 지켜보는 이곳 방청석에는 의회 측이 마련해 놓은 연필과 메모지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본회의장 밖에 두고 온 기자들이 본회의 내용을 적을 때 쓰라는 것이었다.
의회 언론 담당자인 서맨사 이더씨는 “본회의장에서는 사진 촬영도 금지다. 개별 언론의 카메라 반입도 금지된다”며 “본회의는 의회에서 자체 설치해 놓은 방송 카메라로만 중계된다”고 했다. 우리 국회방송처럼 미 의회에도 본회의 상황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시스템(C-SPAN)이 있지만 이 역시 의회 공식 카메라 화면을 빌리는 것이라고 한다.
본회의 개별 촬영을 금지하는 데 대한 언론 반발이 있을 법했지만 이더씨는 “제한적 시스템에 다들 익숙해진 것 같다”며 “대신 화면에 나오지 않는 대화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언론인들은 원할 때면 언제라도 방청석에 들어와 본회의를 본다”고 했다.
실제 상원 본회의장으로 연결되는 방청석 출입구는 상원 기자실 내부에 있었다. 기자들이 각자 책상에서 원고를 쓰다가 언제라도 본회의장에 들어가고 싶을 때 몇 발 내디디면 닿을 수 있는 구조다. 본회의장과 한참 떨어진 별도 건물에 기자실을 둔 서울 여의도의 국회의사당과는 전혀 다른 형태였다.
의원들도 본회의장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을까. 이더씨는 “본회의장 출입구 직원들이 의원들의 휴대전화 소지까지 단속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의회 규칙에 따라 본회의장에서 전화를 한다면 제지한다. 문자 메시지 정도는 보내는 걸 본 적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원들이 본회의장 안에서 휴대전화를 그렇게 자주 사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본회의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외부에 알리는 일도 금지돼 있다고 한다.
다른 직원 케이트 레빗씨는 본회의 도중 한국 의원들의 주식·코인 거래, 쇼핑, 불륜 문자 등이 논란이 됐던 것과 관련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놀라워하며 “그런 일은 미 의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런 논란이 의회에서 문제가 된 일은 아직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이는 외국 정상의 의회 연설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애초 언론의 개별 사진 촬영이 아예 금지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국가 입법기관의 가장 상징적 장소인 본회의장 내 전자 기기 사용 금지 규칙을 두고 구성원들 스스로 의회의 권위와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측면도 있어 보였다.
공화당 하원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의원 정원 435명인 하원 본회의장은 책상도 없고 의원들의 고정 자리도 없다”며 “그래서 의원들은 표결 중간에도 각자 휴대전화를 보기보다는 회의장을 돌아다니며 동료 의원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그는 “본회의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어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의원이 간혹 있는데, 그럴 때면 의회 내 법 집행을 책임지는 부서(Sergeant at Arms)에서 사진을 삭제하라는 경고가 온다”며 “그러다 보니 본회의장에서는 휴대전화를 웬만하면 쓰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실제 2017년 공화당 일부 하원 의원이 본회의장 모습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윤리위원회에서 제재를 논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