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후의 본산으로 유명한 중국 허난성 소림사의 주지 스융신(釋永信·60)이 문란한 사생활과 횡령 혐의로 당국 조사를 받게 됐다. 소림사 관리처는 27일 밤 공식 성명을 통해 “스융신이 사찰 자산을 횡령한 혐의로 여러 부처의 합동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오랜 기간 여러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생아를 낳은 혐의도 받는다”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 공산당 산하 중국불교협회도 스융신의 승적 박탈 소식을 알리면서 “불교계 명예를 훼손하고 출가자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했다.
스융신은 1500여 년 동안 속세와 거리가 멀었던 소림사를 상업 제국으로 탈바꿈시키며 ‘CEO 스님’으로 명성을 누린 인물이다. 행정 전담 승려였던 그는 1999년 최연소(당시 34세) 소림사 주지에 올랐다. 2000년대 들어 소림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허난소림사’란 회사를 세우고 문화·음료·약품·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700여 개의 상표를 등록하며 연 매출 12억위안(약 2300억원·2019년)을 달성했다. 영국 등 해외에도 지사를 냈다. 중국의 국회의원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를 네 차례 지내며 정치적 입지도 다졌다.
그러나 2015년 스융신의 제자들이 그의 성추문과 공금 횡령 사실을 당국에 제보하며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국은 그가 받는 혐의가 사실무근이라며 사건을 덮었지만 각종 소문은 잦아들지 않았다. 작년에는 그가 주지 자리를 숨겨둔 아들에게 물려주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스융신이 한때 개인 명의로 사찰의 무형자산 관리 회사 지분 80%를 보유한 사실과 부동산·공연 등 이권 사업을 개인적으로 운영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대만 언론들은 지난 26일 스융신이 21명의 사생아와 연인 7명을 데리고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도주를 시도했다는 설(說)이 나왔다고 전했다.
지금 시점에 스융신을 처벌하는 것을 두고 중국 당국이 종교계 통제를 강화하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중국 당국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후계 구도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2일 90세 생일을 맞은 달라이 라마가 전통대로 환생을 통해 후계자를 찾는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하자, 중국 당국은 후계자는 반드시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은 중국인이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중국 지방 종교국에서는 외국인들이 모이는 교회에 대해 ‘한 구(區)당 한 곳’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