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14국 정상에 공개 서한을 보내고 고율 관세를 통보하며 또다시 무역 전쟁을 예고했지만, 금융 시장에 미친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뉴욕 월가는 트럼프의 이번 조치를 ‘협상용 압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CNN은 8일 “월가가 트럼프의 허세를 간파했다”며 “트럼프의 무역 전쟁 위협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14국 정상에 보낸 서한에서 “8월 1일부터 25~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지만, 그때까지 협상에는 열려 있으며 조건이 맞을 경우 8월 1일의 관세 부과일도 변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하루 뒤인 지난 8일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8월 1일 이후 연장은 없다”며 다시 기존 입장을 바꾸며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압박 전략을 이어갔다.

하지만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는 평가다. 8일 아시아 증시는 서울, 도쿄, 홍콩, 뭄바이 등지에서 상승했고 미국 증시는 혼조세를 기록했다. 7일 다우 지수는 0.37% 하락, S&P 500은 0.07% 하락, 나스닥은 0.03% 상승하며 제한적 충격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뉴욕 증시는 8일에도 1% 미만 소폭 하락에 그쳤다.

CNN 은 “투자자들은 이를 지난 4월 트럼프의 ‘해방의 날’ 관세 발표 때와는 다른 분위기로 보고 있다. 당시 주식 시장은 큰 폭의 하락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예상된 여진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시장 움직임은 완만했고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관세를 확정된 정책이라기보다는 협상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월가는 트럼프의 관세 수사학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HSBC, UBS 등 주요 금융 기관들은 관세 발표를 일종의 ‘협상 카드’로 간주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트럼프는 항상 물러난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의미의 ‘타코(TACO) 거래’라는 신조어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타코’는 지난 4월 트럼프가 전 세계 57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며 금융 시장이 흔들리자, 관세 발효 13시간만에 90일간의 유예를 전격 선언하며 한발 물러선 것을 비꼰 것이다.

실제 월가의 주요 분석 기관들은 오히려 미국 주식 시장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7일 S&P 500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 6100에서 6600으로 상향했고, 8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기존 5600에서 6300으로 올렸다. 한 시장 분석가는 CNN에 “시장은 이미 관세 위협을 지나갔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시장에 실제 변동성이 생긴다면 트럼프는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CNN은 “시장 참여자들은 관세보다는 연준의 금리 인하, 인공지능 수익 효과, 거시 경제 지표 등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관세 불확실성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 자칫 방심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사 바클레이스는 내부 보고서에서 “관세 협상 기한이 (8월 1일까지) 뒤로 밀리며 시장은 안도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태도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