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관리를 위해 IC 태그를 붙인 책. /일본 경제산업성

일본 도쿄 동쪽에 인접한 지바현의 시로이시(市)에는 서점이 한 곳도 없다. 인구 6만명이 넘는 도시지만, 6년 전 시로이역 앞에 있던 ‘오크스 북센터’가 문을 닫은 뒤엔 ‘서점 제로(zero) 도시’가 됐다. 시로이시와 같이 서점이 없는 일본 중소 도시는 24곳이나 된다. 한국의 군·읍·면과 비슷한 정(町)·촌(村)까지 합치면 서점의 부재는 더욱 심각하다. 일본의 전체 도시·마을 가운데 서점이 하나도 없는 곳은 28%에 달한다.

쇠락하는 서점을 살리기 위해 일본 정부가 10일 ‘서점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산업성·문부과학성·문화청·국토교통성 등 서점과 관련 있는 4개 부처가 협력한 프로젝트다. 일본에선 독서가 스마트폰의 게임과 유튜브에 밀려나고 그나마 책도 서점이 아닌 인터넷으로 구매하면서 서점은 빠르게 몰락하고 있다. 2014년 1만4658개였던 일본 서점 수는 작년엔 1만417개로 급감했다.

계획 중 눈에 띄는 정책은 IC(집적회로) 태그를 활용해 서점의 재고 관리를 돕고 경영 부담을 덜어준다는 시도다. 서점은 일정 기간 내 안 팔린 단행본과 잡지를 출판사에 반품할 수 있지만 특정 시점이 지나면 재고를 떠안아야 한다. 영세한 서점의 경우엔 반품 시점을 놓쳐 손해를 보는 일이 빈번하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책갈피와 같이 생긴 IC 태그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IC 태그를 책에 끼워 놓거나 붙여 놓고 리더기로 전파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재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잘 팔리는 책은 재고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주문하고, 안 팔리는 책은 제때 반품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도입하는 서점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신용카드·간편 결제의 수수료 인하 방안도 포함됐다. 신용카드 회사는 거래액이 적어 협상력이 약한 작은 서점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중소 서점에 부과되는 결제 수수료는 대략 3%대인데, 경제산업성은 이를 1~2%로 낮추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규로 서점을 내면 정부가 ‘스타트업 지원 기금’을 주고, 고령자가 서점 운영을 그만둘 때는 ‘사업 승계 보조금’을 활용해 젊은 인수자를 찾아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