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화상 회의를 통해 동맹국과의 군사 기술 협력 위원회 회의 열고 있다./EPA 연합뉴스

지난 20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탄 헬리콥터가 우크라이나군의 점령에서 벗어난 러시아 남서부의 쿠르스크 주를 방문했을 때에 우크라이나 드론 공습의 “중심(epicentre)”에 놓였다고 러시아의 이 지역 방공부대 지휘관이 러시아 언론에 밝혔다.

러시아 방공사단장 유리 다슈킨은 25일 방영된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 원((Russia 1) 인터뷰에서 “이 지역의 방공 부대가 드론 떼 공격을 저지하고 푸틴 대통령의 안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슈킨은 “푸틴 대통령의 헬리콥터는 쿠르스크 지역 상공에서 적의 대규모 드론 공격을 막아내는 작전의 한가운데에 놓였다”며, “우리는 공중에서 대통령 탑승 헬기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항공기를 겨냥한 우크라이나 드론들과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러시아의 대규모 드론공격이 발생한 직후인 2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마을에서 로켓에 맞은 주거 지역 현장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지난 4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작년 8월 기습 점령하기 시작한 쿠르스크 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축출했다고 주장했으며, 푸틴은 20일 이 지역을 처음 방문했다. 푸틴은 알렉산드르 킨슈테인 주지사, 지방 자치단체장들, 피해를 당한 러시아인들을 돕는 봉사자들을 만났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다슈킨 방공사단장은 “우크라이나는 (푸틴이 방문한) 이 지역에 대해 전례 없는 무인기(UAV) 공습을 감행했고, 러시아 방공부대는 고정익(固定翼) 무인기 46대를 격추시켰다”며, “군 최고통수권자의 항공기가 쿠르스크 지역 상공을 비행하는 동안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 강도가 현저히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주 러시아 본토에 대한 드론 공격을 대폭 강화했다. 모스크바 외무부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러시아 영공에서 요격된 드론 수가 764대에 달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수백 대의 추가 UAV가 격추되는 등 공격 강도가 줄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국영 방송의 이러한 인터뷰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인터뷰는 푸틴이 마치 치열한 전투 현장에 매우 가깝게 다가가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 푸틴에 대한 지지도를 올리려는 선전(宣傳)용 주장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 8월 쿠르스크주에 대한 국경 넘는 침공을 단행했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외국군이 러시아 본토를 침공한 첫 사례였다.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의 상당 부분을 점령했지만, 이후 러시아가 북한군의 지원을 받아 2025년 3월 성공적인 반격 작전을 펼치면서 해당 지역을 되찾았다.

2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가 대규모 드론 공격을 한 가운데 드론 폭발이 도시 상공을 밝히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러시아는 24일밤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여러 곳에 사상 최대의 공습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의 이번 공격에 모두 298대의 드론과 69기의 미사일이 동원됐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이번 공습으로 13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여기엔 8세와 12세 어린이, 그리고 17세 소년도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에 대한 국제 사회의 침묵과 무반응이 푸틴을 더욱 대담하게 만든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푸틴, 완전히 미쳤다…더 강력한 제재 당연히 고려”

푸틴에 대해 유독 ‘미온적’ ‘우호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계속 민간인 사상자를 낳는 공습을 멈추지 않자, 푸틴에 대해 “도대체 저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25일 저녁 워싱턴 DC로 복귀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지금 푸틴이 하는 일을 단 1%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 도대체 푸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트럼프는 지난 19일 푸틴과 2시간 넘는 전화 통화를 나눴지만, 어떠한 희망적인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이후 러시아ㆍ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미국은 평화 협상 중재에서 손을 뗄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25일 “지금 협상 중인데, 푸틴은 키이우와 다른 도시들에 로켓을 퍼붓고 있다. 나는 이런 식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에 대한 “더 강력한 제재”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당연하다. 푸틴은 지금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는데,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밤 늦게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푸틴이 완전히 미쳤다(absolutely CRAZY!)”며, “나는 늘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원한다’고 말했는데, 아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이는 러시아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곧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불만을 돌리며 “그가 말하는 방식은 자기 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발언은 문제만 일으킨다. 멈추는 것이 낫다”고 썼다. 그는 또 “이 전쟁은 젤렌스키와 푸틴, 바이든의 전쟁이지, ‘트럼프의 전쟁’은 아니다. 나는 그저 무능과 증오에서 시작한 이 거대하고 추악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