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회 칸 국제영화제가 레드카펫을 비롯한 행사장에서 지켜야 할 엄격한 복장 지침을 마련한 가운데, 보란 듯이 이를 위반한 중국의 인플루언서가 비판받고 있다.
14일 중국 텐센트 뉴스 등에 따르면, 6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중국의 인플루언서 완 첸후이(32)는 전날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 ‘리브 원 데이’ 상영을 앞두고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 흰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첸후이가 입은 드레스는 겹겹이 쌓인 오간자 소재로 제작됐으며, 풍성한 꽃잎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치마의 길이는 약 2m가량으로, 5~6계단을 덮을 만큼 길게 늘어졌다.
첸후이는 레드카펫 포토월에서 약 3분 동안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그를 향한 사진 세례를 즐겼다. 이 과정에서 첸후이의 치맛자락이 엉키자 한 남성 스태프가 다급히 달려와 치맛자락을 정돈하는 한편, 첸후이가 계속 레드카펫에 머물자 한 여성 스태프가 빨리 나가라는 듯 그의 앞에서 손짓하기도 했다.
이 모습이 공개된 후 첸후이의 드레스가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칸 영화제 측은 올해 과도한 노출 의상을 금지하고, 부피가 지나치게 큰 의상도 제한했다. 지나치게 길거나 부풀어 오른 드레스가 통행에 지장을 주거나 상영관 착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첸후이의 소셜미디어에는 규정 위반이 아니냐는 댓글이 쏟아졌다. 그는 “복장 규정을 전해 들었고, 주최 측에 드레스 사진을 보낸 뒤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레드카펫을 걸을 때 방해받지 않았음은 물론, 최고의 룩(Look)을 받았다”며 자신이 미디어의 시선을 사로잡았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첸후이의 이런 행동에 대해 “상습범”이라고 비판했다. 첸후이는 작년에도 치마가 풍성한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 베테랑 배우 공리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화제의 공식 생중계 화면에서 공리는 멀리서만 촬영됐지만, 첸후이는 90초 동안 긴 클로즈업 샷을 받은 것이다.
첸후이는 중국의 3대 연기학원 중 하나인 중앙희극학원 출신이기는 하지만, 배우보다는 그의 사생활이 더 유명한 인플루언서다. 2017년 25세 연상의 중국 유명 음악가 산바오와 결혼해 화제가 됐다. 당시 첸후이는 누드 컨셉의 결혼사진을 공개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두 아이를 낳은 이후 2020년부터 온라인에서 육아 관련 제품을 판매했는데, 한 번의 라이브 방송으로 최대 3000만 위안(약 58억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첸후이가 출연한 칸 영화제 작품은 없다. 작년에는 “내가 출연한 영화가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작품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칸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 없는 이들도 영화제 협력사나 후원사로부터 티켓을 구매해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다고 한다.
중국 네티즌들은 첸후이가 전 세계에 자국 망신을 줬다며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첸후이는 “이건 국가를 위해 영광을 안긴 것이다. 적어도 수치를 당하지는 않았다”며 “나는 ‘인플루언서’라는 단어를 재정의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