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의 돌출부는 남성을, 블록의 움푹 패인 아래쪽은 여성을 나타내고, 두 조각을 끼워 맞추는 과정은 ‘관계 맺기’라고 불린다.”
런던과학박물관이 장난감 블록 ‘레고’에 대해 내놓은 민망한 의혹이 영국에서 화제다. 이들은 레고에 대해 “사회·생물학적 성과 무관한 주제에도 ‘이성애적 언어’가 적용된 사례”라면서 “(레고는) 우리가 얼마나 과학·기술·세상을 이성애 중심적으로 보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가 지난 6일 ‘바보 같은 LGBT(성소수자) 경보에 빠진 과학박물관’이라며 이를 지적하자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과학박물관’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레고에 대한 이 설명은 박물관 홈페이지 내 ‘퀴어적으로 보기(Seeing Things Queerly)’라는 프로그램 안내문에 적혀있다. 성소수자를 뜻하는 ‘퀴어’의 시선으로 전시품 이야기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지난 2022년 12월 시작됐다. 최초의 프로그램 저장식 컴퓨터(ACE)를 보면서, 이를 발명한 수학자 앨런 튜링이 동성애 혐의로 체포됐던 역사를 설명하는 식이다. 전투기 앞에선 영국 첫 번째 트랜스 여성이 된 전투기 조종사 로버타 코웰에 대해 알려준다.
유전자가 염색체 안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 토머스 모건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선 “여성은 주로 XX 염색체를 보유하고 남성은 주로 XY 염색체를 보유하지만 이제 우리는 성 염색체 조작을 포함해 성을 결정하는 다양한 조합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이 박물관이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나는 누구인가?’라는 이름의 전시실에선 “당신의 뇌는 어떤 성별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트랜스젠더가 사용하는 가짜 남성 성기와 가슴 압박대를 전시하고 “젠더는 정의하기 어렵다” “생물학적 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박물관 측은 “극단적인 프로파간다 조장” “과학박물관에서 논의할 주제가 맞는지 의문스럽다”는 항의가 이어지자 2023년 1월 전시장을 철거했으나, 지난 1월 이 전시장을 다시 열었다.
런던과학박물관은 런던의 주요 박물관 중 하나로 1년에 300만명이 찾고, 16세 미만 학생들도 100만명 이상 방문한다. 다수 방문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박물관 대변인은 최근 “성소수자 개개인들과 그들의 경험, 집단과 관련한 소수 전시품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런던과학박물관의 기행은 관장인 이언 블래치퍼드(60) 경이 동성애자라는 점이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블래치퍼드 관장은 2010년부터 영국 과학박물관그룹 회장을 맡아 런던박물관장도 겸임하고 있다. 법학과 문화예술을 전공하고 금융권에서 일하다 전시 업계에 종사해왔으나, 과학 관련 경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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