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세력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납치한 인질들을 19일 가자시티에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휴전 및 인질-포로 교환 협상의 일환으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회원들에게 넘기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 간의 휴전 합의가 예정보다 세 시간 정도 늦은 19일 오전 11시 15분부터 발효됐다. 양측은 앞으로 6주(42일)간 1차 휴전을 통해 이스라엘 인질 서른세 명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737명을 교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하마스가 첫날 석방 인질 세 명의 이름을 늦게 제출하고, 나머지 인질들의 명단은 넘기지 않았다고 알려지는 등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합의 내용을 어기는 즉시 교전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오전 11시쯤 “하마스가 오늘 석방할 인질 세 명의 명단을 받았다”며 휴전 돌입을 확인했다. 로미 고넨(24), 에밀리 다마리(28), 도론 스테인브레허(31)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당시 납치된 여성이다. 고넨은 당시 가자 국경 근처의 ‘노바 음악 축제’ 현장에서, 다마리와 스테인브레허는 크파르아자 키부츠(집단농장)의 집에서 각각 납치됐다. 다마리는 이스라엘·영국 이중국적자다. 이들은 오후 5시쯤 하마스로부터 풀려나 적십자측에 넘겨졌고, 헬리콥터를 이용해 이스라엘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일주일 내에 추가로 네 명이 풀려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휴전은 전쟁의 도화선이 된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이후 1년 4개월여 만이다. 앞서 이스라엘 내각은 전날 여섯 시간 넘게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에 하마스와 휴전안을 승인했다. 각료 중 극우·강경파 여덟 명이 반대했지만 나머지 24명이 찬성하면서 휴전안이 통과됐다. 이스라엘 법무부도 이날 휴전 1단계 기간 자국 인질과 교환할 팔레스타인 수감자 737명의 명단을 확정하고, 휴전 첫날 석방되는 90여명의 명단도 내놨다. 이들 역시 상당수가 여성이라고 이스라엘 매체들은 전했다.

하지만 휴전 돌입을 앞두고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하마스가 19일 오전까지 석방할 이스라엘 인질 명단을 넘기지 못하면서 휴전 발효가 계속 지연됐다. 중재국 카타르가 밝힌 합의안에 따르면, 하마스는 인질 석방 24시간 전인 18일 오후 4시까지 석방되는 이스라엘 인질들의 명단을 확정해야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밤늦게 “하마스가 약속한 인질 명단을 받기 전까지는 휴전을 이행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합의 위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하마스에 있다”고 경고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도 이날 오전 9시 성명을 통해 “석방할 인질 명단이 확보되기 전까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고도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및 인질 석방 합의로 2025년 1월 20일 새벽 오페르 이스라엘 군 교도소에서 석방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서안지구 도시 라말라에 도착해 친척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휴전이 공식 발표되자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들은 환호성과 함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라파 등 가자 남부의 난민들은 북부로 귀향을 시작했다. 대기 중이던 구호 트럭들도 국경 검문소를 넘어 가자 지구에 진입했다. 휴전 1단계 동안 매일 구호 트럭 600대가 투입돼 물과 식량, 의료용품, 연료 등을 실어 나른다. 이 기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단계적으로 병력을 철수한다. 그러나 가자지구의 허리를 가르는 ‘넷자림 통로’와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국경의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는 계속 주둔할 예정이다. 하마스 무장 병력의 이동 및 무기 밀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

간신히 휴전이 시작됐지만, 앞으로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한 상황이다. 이스라엘 우파 연정 내 극우 정당인 ‘유대인의 힘(오츠마 예후디트)’은 휴전에 반발하며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이스라엘 국민 중에도 강경파는 “인질 전원 구출과 하마스 궤멸이란 목표를 이루지 못한채 이뤄진 졸속 합의”라며 휴전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등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하마스 역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군에 의해 제거된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의 동생 무함마드 신와르가 독자 노선으로 나서면서 조직 재건과 무력 투쟁 계속을 시도한다고 알려졌다. 이로 인해 다음 달 초 시작될 휴전 2단계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휴전 2단계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남은 모든 인질 석방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하마스가 휴전 예정 시간을 넘겨서까지 인질 명단을 제출 못 하면서, 인질들의 소재는 물론 생사 여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경 보수 성향의 이스라엘 내 히브리어 매체들은 “최악의 경우 생존 인질 수가 (합의된) 33명에 크게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휴전 합의는 즉각 파기되고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1월 19일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발효를 앞두고 난민이 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폐허가 된 도심을 지나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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