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주도한 정부 임시 예산안이 처리 시한을 30여 시간 남겨두고 19일 연방 하원에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연방 정부 업무가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셧다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날 민주·공화당은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그러나 취임을 한 달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반대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공화당이 서둘러 트럼프 입맛에 맞는 새 예산안을 만들어 표결에 부쳤는데, 이번엔 다수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부결된 것이다.
19일 오후 7시(현지 시각) 연방 하원은 공화당이 만든 새 예산안을 찬성 174표, 반대 235표로 부결시켰다. 하원은 현재 공화당(219명)이 민주당(211명)보다 많지만, 공화당에서도 38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트럼프의 의중이 반영된 새 예산안에 ‘2년간 정부 부채 한도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재정 건전성을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통과시키려던 예산안은 앞으로 석 달간 정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책정한 것이다. 미 정부 연간 예산안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매년 10월 1일에 맞춰 통과되는 경우는 드물다. 올해도 내년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하자 의회는 우선 이달 20일까지 정부 지출을 통상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임시 예산안을 지난 9월에 통과시켰다. 이에 따른 예산 집행이 만료되는 20일까지는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했는데 실패했고, 다시 석 달간 정부를 운영할 임시 예산안이라도 통과시키려 했으나 그마저도 무산 위기에 처한 것이다.
양당이 합의한 지 하루 만에 새 예산안이 나온 데는 트럼프와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공동성명을 내고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 결정적이었다. 성명은 당초 합의했던 예산안 중 트럼프가 취임하는 내년 1월부터 정부 부채 한도를 다시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 미국은 정부 부채 한도를 의회에서 정한다. 지난해 6월 정부 부채가 한도에 육박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리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공화당) 당시 하원 의장은 부채 한도 적용을 내년 1월 1일까지 유예한 바 있다.
트럼프는 유예됐던 한도가 자신의 취임과 함께 다시 적용되는 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부채 한도 폐지는) 의회가 할 수 있는 가장 똑똑한 일”이라면서 “민주당이 그동안 한도를 없애고 싶다고 말해왔으니 내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X에서 양당이 합의했던 예산안을 가리켜 “이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은 2년 안에 퇴출돼야 마땅하다”고 압박했다.
트럼프의 반발에 공화당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2년간 부채 한도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3개월짜리 새 예산안을 마련했다. 트럼프는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미국을 위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새 예산안에 대해 “웃긴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양당이 이미 합의한 임시 예산안이 트럼프의 한마디에 뒤집히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공화당의 새 예산안이 머스크의 영향하에 작성됐다면서 ‘머스크-존슨(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안’으로 부르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반대했다. 공화당 칩 로이 하원 의원은 “정부 지출을 삭감하지 않고 부채 한도만 높이거나 부채를 늘리는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들 사이의 분열과 긴장된 역학 관계를 보여준다”면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했어도 대규모 감세를 포함한 트럼프의 야심 찬 재정 계획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예고”라고 했다.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미 정부는 21일부터 셧다운에 들어간다. 이 경우 군·경찰 등 필수 기관을 제외한 정부 운영이 중단된다. 미 정부의 셧다운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재임 시기였던 2018년 12월 22일부터 35일간 정부가 멈춰 섰던 것이 가장 최근 사례이자 가장 긴 셧다운이었다.
☞셧다운(Shut Down)
미국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정해진 시한 내에 이를 통과시키지 못했을 때 연방정부 업무가 마비되는 사태. 셧다운이 발생하면 군·경찰·소방·교정 등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필수적인 기관을 제외하고 정부 운영이 중단된다. 해당 기간 필수 기관을 제외한 공무원들은 강제 무급 휴가를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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