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녀 정책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한 중국인 부부는 요즘 중국의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해 본지에 이렇게 말했다.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에서 각각 요직을 맡고 있는 이들은 국가가 정책과 인력을 총동원해서 기혼자들의 출산을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은 인구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1978년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도입하고 두 명 이상 낳은 부부에겐 벌금을 부과하거나 낙태를 강요했는데, 지금은 강압적으로 출산을 독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6년 ‘두 자녀 정책’에 이어 2021년 ‘세 자녀 정책’을 도입했다.
부부의 말대로 중국 정부는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 기혼 여성들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장쑤성 우시시에 거주하는 여성 마오(28)씨가 공무원으로부터 생리 주기와 임신 계획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최근 보도했다. 베이징시 미윈구(區)는 올 들어 500명의 전담 팀을 꾸리고 가임 연령 부부에게 수시로 연락해 임신을 종용하고 있다.
국무원(행정부)은 지난 10월 말 대대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발표했다. 자녀를 출산한 가정에 대한 세액공제, 출산휴가·육아휴직 확대, 주택담보대출 우대 등이 포함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전국에서 3만명을 대상으로 출산 정책 설계를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육부는 교과서 표지의 한 자녀 가정 그림을 임신부와 두 자녀가 함께 있는 장면으로 교체했다. 지난달에는 성차별과 정부 검열을 다룬 저예산 영화가 이례적으로 개봉했는데, 한 영화계 종사자는 “싱글맘이 자녀를 기쁜 마음으로 키우는 내용이 작품 전반에 담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5년까지 한 자녀 정책을 엄격하게 집행했던 계획생육협회는 갑자기 ‘임신 전도사’가 돼 ‘세 자녀가 충만한 삶을 가져와요’ 같은 플래카드를 내걸고 가정을 묘사한 조각상을 설치하는 중이다. 중국공산당 조직도 중매인으로 나섰다. 저장성 공청단이 운영하는 데이트 플랫폼은 올해 초 3개월 만에 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플랫폼은 캠핑 등의 활동을 통해 청년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나치게 선전에 몰입한 나머지 무리수도 나온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산하 잡지는 지난 10월 출산의 장점으로 산모의 지능 향상, 암 위험 감소 등을 꼽아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 해리 머피 크루즈는 “수십 년간 이어진 한 자녀 정책의 심리적 여파와 경기 침체가 젊은 세대의 결혼·출산 기피로 이어진 게 문제”라며 “특효약은 없다”고 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심각하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1.62명)보다 훨씬 낮고 세계 최저인 한국(0.72명)보다 약간 높다. 출산율과 직결되는 결혼 건수도 지난해 3분기 475만 건으로 전년보다 16.6% 감소했다. 중국 인구는 2022·2023년 연속 감소했는데, 대약진 운동에 따른 대기근 이후 6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인구는 현재의 14억1000만명에서 2035년 13억9000만명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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