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로이터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행정부에 합류하지는 않으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 과정에서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를 검증하는 가장 강력한 막후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2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당선인의 자녀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행정부 인사에 열중한 최근 몇 주 동안 공직자 후보들에 대한 ‘충성도 감별사’(A Loyalty Scanner) 역할을 했다.

NYT는 측근들을 인용해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할 때 트럼프 당선인은 누가 잘생겼는지, 누가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주니어는 그들이 말하는 것이 진심인지, 그들이 트럼프 선거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위협이 될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대한 관점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순도 시험’(純度試驗·Purity Test)을 통과하는 후보자들을 지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패배한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거짓말’을 지지하는지와 2021년 1월 6일 당시 트럼프 후보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하도록 부추긴 트럼프의 결정을 대수롭게 평가하지 않는지에 대한 검증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최근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민주당이 경제·사회 정책에서 치명적인 결정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J.D. 밴스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법무장관으로, 트럼프 주니어가 운영하는 출판사의 파트너 세르히로 고어가 백악관 인사실장으로 지명된 것도 이런 트럼프 주니어의 시험을 통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다만 트럼프 주니어의 최측근이자 대변인 역할을 하는 미국 청년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 설립자 찰리 커크는 “트럼프 주니어는 특별히 중요한 일이거나 아버지에게 독이 될 일이 이뤄질 때만 관여한다”고 했다.

트럼프 주니어 측근들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안은 외교 정책과 국경, 사생활, 총기 소지 자유다. 트럼프 주니어가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지한 이유도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안티 워크(Anti-Woke) 운동에 적극적이다. 워크(woke)는 미국 사회의 인종·성·성정체성 분야에서의 차별에 저항한다는 것을 뜻한다. 깨어 있다(wake)의 과거분사(woken)를 흑인들이 ‘워크(woke)’라고 불렀던 것에서 유래했다. 미국 내에서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며 현재는 진보적 가치와 정체성을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과 조롱의 의미로도 쓰인다.

NYT는 트럼프 주니어가 트럼프 당선인 행정부로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 곁에서 주요 의제에 대한 많은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디어 관련 일에 적극적이다. 27일 미국 정치 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백악관 브리핑실을 더 많은 독립 언론인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트럼프 당선인과 논의했다. 백악관 브리핑실의 언론 지정석을 재배정하고, 일부 언론의 자리를 회수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백악관 브리핑실에는 기자석이 49개가 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가장 최근인 2021년 12월 질문하기 좋은 맨 앞줄에 NBC뉴스와 폭스뉴스, CBS뉴스, AP통신, ABC뉴스, 로이터통신, CNN방송 등 권위 있는 주류 언론을 배정했다. 기자석 배정은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는 출입기자단이 정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이런 관례를 상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취임하면 백악관 브리핑실 기자석을 재배정하며 자신을 비판해 온 주류 언론을 배제하고 팟캐스터와 인플루언서 등을 우선 배정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대선에서 팟캐스트와 우파 인플루언서 등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그는 한 팟캐스트에서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모든 것을 반대하고 민주당의 마케팅 기관 역할을 해왔다”며 “구독자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