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가해자를 두둔하며 판결을 번복했다가 해임 된 로버트 아드리안 전 판사. /AP연합뉴스

미국의 한 판사가 10대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를 두둔하며 무죄를 선고했다가 해임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AP통신, 시카고트리뷴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주의 로버트 아드리안 판사는 지난 2월 주 법원위원회 결정에 따라 해임됐다. 매체는 “위원회가 판사의 해임을 결정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아드리안이 해임에 이르게 된 건 2022년 1월 한 성범죄 사건의 판결 때문이다. 이 사건의 피의자는 드류 클린턴(18)으로, 2021년 졸업파티에서 당시 16세였던 카메론 본을 성폭행 한 혐의를 받아 기소된 상태였다.

아드리안은 클린턴에게 유죄를 판결해 놓고, 추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자신의 판결을 번복해 무죄를 선고했다. 원래대로라면 클린턴은 유죄판결에 따라 4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예정이었다.

아드리안은 피의자가 18세의 어린 나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법에 따라 재판부는 이 젊은이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게 돼 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건 정당하지 않다”며 “이 사건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이 청년이 교도소에 가야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증거와 증언을 재평가한 결과 검사가 클린턴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재판 녹취록에 따르면, 아드리안은 “클린턴이 선고 공판을 기다리는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했으며, 이는 그에게 충분한 형벌”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이 수감된 기간은 고작 148일이었다.

그는 피해자와 가족들을 비난하는 2차가해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아드리안은 “부모가 청소년에게 술을 마시게 하거나 속옷을 입은 채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게 하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했다.

이 같은 아드리안의 결정에 피해자인 본은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뛰쳐나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 전역에서 아드리안을 향한 분노가 들끓었다. 여론의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도 아드리안은 “클린턴은 무죄였고, 그게 핵심이다”라며 “내가 (유죄판결을 내리는) 실수를 했고, 이후 바로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피해사실을 밝히고 언론 인터뷰에 나선 카메론 본. /AP연합뉴스

본은 재판에서 ‘가해자 처벌’이라는 원하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할 수 있었다. 법원위원회가 불만사항을 접수한 뒤, 청문회를 열어 아드리안을 해임한 것이다.

위원회는 “아드리안이 여러 차례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개인의 정의감과 가치를 위해 권력과 지위를 남용, 법을 회피하려 했다”고 밝혔다. 심리 과정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선 판사가 최소 4년의 의무 형량을 선고해야 한다는 미국 형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아드리안을 즉시 해임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마련됐다”고 했다.

본은 이 같은 위원회의 결정에 “그의 잘못과 거짓말이 드러나 매우 기쁘다”며 “이제 그는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미국 현지에서 논란이 됐던 이 사건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최근에서야 국내에 알려지게 됐다. 네티즌들은 “판사가 공정하지 않다면 자를 수 있다니. 우리나라도 저래야 된다” “이런 건 우리도 좀 수입하자(배우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