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1일 베트남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대통령궁에서 보 반 뚜엉 베트남 국가주석이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

베트남이 승전 기념일 행사에 패전국이자 한때 자국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 정부 대표단을 초청하고 방문이 실제 성사되면서, 베트남 특유의 ‘대나무 외교’가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나무 외교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신념은 굳게 유지하되 경제나 안보 등 실리를 위해서는 융통성 있는 태도를 보이자는 베트남의 외교 전략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2016년 제29차 외교회의에서 “국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세계 지도자들의 관계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베트남 초대 국가주석인) 호찌민(1890~1969) 주석이 좋아했던 대나무처럼 굳건하고 유연한 외교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대나무 외교’가 베트남 외교 정책의 키워드가 됐다.

미국 등 자유주의 진영이나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 모두 교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베트남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도 어느 진영에도 치우치지 않는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 전술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작년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한 지 3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자”면서 베트남을 찾았다.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 패전국인 미국과 반도체 칩 생산 문제로 협력하고 있다. 중국과 무역·안보 문제로 갈등 중인 미국도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우방 확보 차원에서 베트남에 우호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베트남 역시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파라셀 군도(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중국명 시사 군도)와 관련한 중국과의 힘겨루기에서 힘을 보태려 미국의 러브콜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과 무역 관련 협정을 맺는 등 대중 관계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대미 외교를 강화하던 작년 말 베트남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에서 무기를 매입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는 한반도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베트남은 공산당 정체성을 공유하는 북한과도 꾸준히 우방국으로서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과 함께 적국이었던 한국과는 3대 교역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베트남은 한국에 전화기·무선통신 기기, 방송 장비, 컴퓨터 등을 주로 수출하고, 한국의 대(對)베트남 주요 수출 품목은 반도체, 디스플레이·센서, 석유제품 등이다. 베트남은 북한과 1950년, 한국과는 1992년 수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