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사기이고 정치적 마녀사냥입니다. 우리는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정말 슬픈 일이죠.”
15일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마치고 나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11월 대선에서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 트럼프는 이날 오전 법정에 들어서면서도 “이 재판은 박해이며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했다. 이날 재판은 4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트럼프에 대한 첫 형사재판이다. 2016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가 대선을 앞두고 성 추문을 막기 위해 포르노 배우에게 입막음 성격의 돈을 지급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재판이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형사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7시, 재판이 열리는 맨해튼 지방법원 앞을 찾았다.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 취재진, 유튜버들 등으로 북적였다. ‘트럼프는 이미 유죄’라고 적힌 흰색 천을 양손에 들고 서 있던 네이딘 세일러는 “트럼프는 이미 수차례 기소된 상태인데 그가 어떻게 대통령 선거에 나올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 오기 위해 메릴랜드주(州) 월도프에서 심야 버스를 탔다는 그는 “트럼프는 당장 감옥에 가야 한다”고 외치다 한 유튜버와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앤절라씨는 기자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더니 “한국은 트럼프를 지지해야 한다. 그는 무죄”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이날 재판부는 배심원단 구성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은 대부분 형사사건에서 배심원단이 먼저 유무죄를 평결하면 판사가 유무죄를 최종 확정한 후 유죄인 경우 형량을 결정하는 배심원 평결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재판부는 배심원 후보 500여 명 가운데 12명을 추려야 한다. 배심원 후보는 뉴욕주에 소득세를 신고했거나 뉴욕주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미국 시민권자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다. 뉴욕은 민주당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배심원단 구성 자체가 트럼프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팀은 파란 건초 더미에서 빨간 바늘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통상 파랑, 공화당은 빨강으로 상징된다.
후보 500여 명을 나눠 심사하는 과정은 2주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은 먼저 후보 96명이 법정에 나왔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후안 머천 판사는 자신이 이 재판에서 공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고 50명 이상이 손을 들어 후보군에서 빠졌다. 이후에도 일부는 재판과 개인 일정이 겹칠 수 있다고 하는 등 배심원단 선정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날 재판은 배심원을 한 명도 선정하지 못한 채 끝났다. 머천 판사는 “재판에 돌입하면 6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맨해튼의 한 서점에서 일한다는 한 배심원 후보는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될 수 있는지 의견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직 대통령이든 청소부든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트럼프가 재판 도중 조는 듯한 모습을 모였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재판 2일째인 16일에도 법정에 출석했다.
트럼프의 유죄가 인정되면 34개 혐의 각각에 대해 최대 징역 4년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셀프 사면’이 불가능하다. 연방 검찰이 아니라 뉴욕 검찰이 트럼프를 기소했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연방 범죄에 한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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