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26일 시작되는 제33회 파리 올림픽이 넉 달 앞으로 다가왔다. 유럽의 ‘문화 수도’이자 세계적 관광지로 각광받는 파리는 1900년과 1924년에 이어 100년 만에 다시 올림픽 행사 준비로 떠들썩하다. 1만500명의 선수와 1500만명의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도시 정비 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온통 공사판이지만, 파리시와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을 사상 최고 수준의 ‘저탄소·친환경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며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올림픽 유치를 하면 일단 대형 경기장부터 수십 개씩 짓는 과거의 올림픽과 확실히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사상 최초로 개막식이 새로 짓거나 개·보수한 스타디움이 아닌 야외에서 열린다. 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센강과 그 강변이 무대다. 각국 선수단이 센강 위에서 100여 척의 유람선을 타고 퍼레이드를 펼치는 방식이다. 파리시와 조직위원회는 이를 위해 센 강변 약 6㎞에 걸쳐 30만명이 관람할 수 있는 대형 스탠드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강 바로 앞에 위치해 시야가 좋은 곳은 유료, 그 뒤편은 무료다. 다만 유료 좌석의 좋은 자리의 가격이 2700유로(약 390만원)에 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파리 시내 곳곳의 관광 명소와 전시장, 공공 체육 시설이 경기장으로 변신한다. 이 중 일부는 100년 이상 된 건물이다. 새로 짓는 시설은 메인 수영 경기장과 농구 경기장, 레슬링 경기장 정도다. 파리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그랑 팔레’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나폴레옹의 무덤과 군사 박물관이 있는 ‘앵발리드’에서 양궁 경기가 열린다. 에펠탑 아래 ‘샹드마르스’ 광장엔 2개의 임시 경기장이 들어서 유도와 레슬링 등이 열린다. 수영과 다이빙, 수구 등은 파리 북동부 외곽에 새로 짓는 ‘아쿠아틱 센터’와 서쪽 ‘라데팡스 아레나’와 동쪽의 ‘조르주 발레리 수영장’을 사용한다. 조르주 발레리 수영장은 1924년 올림픽에도 쓰였던 곳이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에서 사용되는 경기장의 약 95%는 기존 건물이거나 임시 건물”이라고 밝혔다. 신규 건설을 최소화하는 이유는 콘크리트와 철강 제조, 건설 장비 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직위원회는 “선수촌 등 어쩔 수 없이 새로 짓는 건물엔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파리 외곽 변두리 지역 ‘생드니’에 짓는 선수촌은 콘크리트 대신 나무를 많이 썼다.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에어컨은 아예 뺐다. 건물을 설계·시공한 ‘솔리데오’ 측은 “자연풍과 지열 교환을 이용한 냉방 시스템이 있어 외부보다 10도가량 온도가 낮다”고 주장했다.
친환경 차원에서 도쿄 올림픽에 사용했던 ‘골판지 침대’도 다시 등장했다. 식단도 가공 식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저탄소·친환경 메뉴 중심으로 만들었다. 조직위는 “궁극적으론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절반 수준으로 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덕분에 “역대 가장 야심찬 ‘친환경 올림픽’”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프랑스 국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프랑스앙포 등 현지 매체들은 “복잡한 물류와 교통 문제, 테러 위협, 공사 지연 등이 발목을 잡으며 올림픽 준비 상태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콩코드 광장과 에펠탑 아래 등 경기장이 될 파리 시내 주요 명소 인근은 임시 벽과 울타리로 막힌 채 건설 자재와 장비들이 점령했다. ‘저탄소 올림픽’을 위해 자전거 길을 만드느라 도로 곳곳이 가로막혔고, 지하철 확장 공사까지 벌어지며 교통난이 심해지고 있다. 선수촌 등 일부 시설 공사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처럼 공사가 마무리 안 된 가운데 대회가 치러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파리 지하철은 운행 코스와 횟수를 늘리기 위한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며 올림픽 기간 요금을 기존 2.1유로(3000원)에서 4유로(5800원)로 약 두 배 올리기로 했다.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길어지며 테러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참사처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에 의한 이스라엘 선수단 테러 또는 무고한 관광객들을 노린 ‘묻지 마 테러’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림픽 행사 상당수가 좁은 파리 시내 안에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테러 방지를 위한 엄격한 검문검색과 교통 통제가 이뤄지며 역대 최악의 교통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파리 시민들은 벌써부터 ‘피신’을 준비 중이다. 일간 르피가로와 르몽드 등은 “파리 시내의 집은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 서비스에 내놓고, 부모나 친척의 시골집이나 별장으로 떠나겠다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며 “파리 시내의 기업들도 올림픽 기간 정상적 업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휴가나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