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킹크랩 왕’으로 불린 수산업 재벌 올레크 칸(57)의 생사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칸은 살인교사와 밀수 등의 혐의로 러시아의 대대적인 수배를 받는 중이었는데, 수사당국은 그가 감시망을 피하고자 의도적으로 죽음을 위장했다고 보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칸의 변호사들은 지난 19일 러시아 극동 연해주 법정에서 “칸이 지난해 2월 14일 사망한 것으로 영국에서 확인됐다”며 칸에 대한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국의 전자 데이터베이스에 칸과 이름, 생년월일이 같은 인물이 작년 2월 영국에서 췌장암으로 사망했고 장례는 한국에서 치렀다는 정보가 올라왔다는 게 근거였다.
러시아 사할린 지역에서 게와 새우 등 수산물을 수출하며 부를 축적한 칸은 살인 교사, 밀수 등 혐의로 기소돼 국제 수배 대상이 됐다. 칸은 경쟁 수산업자 발레리 피덴코라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의심, 2010년 청부업자를 고용해 피덴코 살해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불법으로 킹크랩 등 러시아 전략 수산물을 잡아 한국과 일본 등에 수출하고 36억9만루블(약 522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있다. 2018년 러시아 관영 채널이 현지 수산물 불법 수출 카르텔에 대한 영화를 방영했는데, 여기에서 칸이 언급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 검찰은 칸이 최소 지난 5년간 한국 거주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러시아의 전략 수산물인 고급 게를 허가 없이 수출하며 국가 경제 안보를 위협했다고 봤다.
현지 검찰은 이번 칸의 사망 소식이 ‘자작극’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칸이 활동한 러시아 사할린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당국에 그의 사망이 등록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또 칸의 친척 가운데 그 누구도 사망신고 의무에 따라 등기소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은 “연출된 행위”라며 그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온라인상에선 ‘희대의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이 연상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희팔 역시 사기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 2011년 사망 결론이 나긴 했으나, 그 진위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들이 중국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모습의 동영상과 사망진단서를 공개한 뒤에도 그를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