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이자 세계랭킹 1위인 박지원(28·서울시청)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틀 연속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쳤다. 두 경기 모두 함께 뛴 황대헌(25·강원도청)의 반칙 때문이었다. 박지원을 상대로 한 황대헌의 반칙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 팬들 사이에서는 “고의 아니냐” “팀킬이다” 등 날 선 반응이 나오고 있다.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는 지난 15일(현지시각)부터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치러졌다. 차기 시즌 국가대표 자동 선발 자격이 걸려있는 대회인 만큼 선수들에게 중요한 대회였고, 남자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지원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 이에 부응하듯 박지원은 월등한 기량을 보여줬지만 단 하나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 결승 레이스를 함께 한 황대헌의 무리한 플레이 탓이었다.
문제의 첫 경기는 16일 열린 남자 1500m 결승이었다. 당시 박지원은 선두로 질주하다 결승선을 세 바퀴 남기고 곡선 주로에서 황대헌과 충돌했다. 황대헌은 무리하게 인코스를 비집고 들어가 박지원을 몸으로 밀어냈다. 균형을 잃은 박지원은 최하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황대헌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고 두 주먹을 불끈 쥐는 격렬한 세리머니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황대헌의 반칙을 인정해 페널티를 부여했고, 두 한국 선수 모두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이튿날인 17일 남자 1000m 결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은 박지원의 부상까지 부른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또 결승선을 세 바퀴 남긴 시점. 황대헌에 이어 2위로 달리던 박지원은 곡선 주로에서 빠른 스피드로 인코스를 선점해 선두를 차지했다. 그러자 황대헌이 갑자기 손을 뻗어 박지원을 밀쳤고, 중심을 잃은 박지원은 휘청거리다 대열에서 이탈해 넘어졌다. 결국 경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포기했다. 역시나 심판진은 황대헌에게 페널티를 부여했다. 1000m 세계 최강자인 박지원은 대회 2년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충돌에 의한 부상으로 남자 5000m 계주 결승마저 뛰지 못했다.
박지원은 1000m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어제 변수가 없는 경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변수가 나왔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황대헌과의 충돌 장면에 대해서는 “정신이 없긴 한데, 잡아당겨지는 느낌이 들었고 몸을 주체할 시간이 없었다”며 “펜스에 부딪혔고 몸에 큰 충격을 받았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또렷하게 서 있지 않았다”고 했다. 팀 동료와 연이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말에는 “내가 말씀드릴 부분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황대헌은 이틀 연속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박지원이 황대헌의 반칙으로 국제대회 메달을 날린 건 올 시즌에만 세 번째다. 작년 10월에 있었던 ISU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도 발목이 잡힌 적 있다. 당시 황대헌은 앞서 달리던 박지원을 뒤에서 밀치는 심한 반칙을 저질러 옐로카드(YC)를 부여받았고, 이로 인해 모든 포인트를 몰수당했다.
한편 박지원은 이번 일로 금메달뿐만 아닌 국가대표 자동 선발 기회도 놓쳐버렸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에 따르면 차기 시즌 국가대표는 세계선수권대회 국내 남녀 선수 중 종합 순위 1명이 자동 선발된다. 단 해당 선수는 개인전 1개 이상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해야 한다. 따라서 박지원은 다음 달 열리는 국내 선발전에서 다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만약 여기서 선발되지 못하면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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