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말년에 남긴 작품 ‘리저 양의 초상’이 종적을 감춘 지 100여년 만에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26일(현지시각)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리저 양의 초상’은 거의 한 세기만인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클림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17년, 오스트리아의 부유한 유대인 기업가 집안 리저 가문의 의뢰를 받아 그린 것이다.
그림 속 주인공은 리저 가문의 한 여성으로,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검은 머리에 화려한 꽃무늬가 새겨진 의상을 착용하고 있다.
이 작품이 대중에게 마지막으로 공개된 건 1925년 비엔나 전시회에서였다. 이 그림이 존재했다는 증거는 흑백사진으로만 남아있었는데, 화려한 색채가 담긴 실물 그림이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당시 그림의 마지막 소유주는 리저 가문의 일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리저 가문은 나치 집권 당시 박해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시회 이후 그림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경매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부터는 오스트리아 한 가족이 소유했으며 세 차례 상속을 거쳐 현소유자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비엔나 전시회 이후 그림이 어떤 경로를 거쳐 현소유주 가족에게 가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그림은 ‘워싱턴 원칙’에 따라 현 소유주와 리저 가문의 법적 후계자를 대신해 경매에 부쳐졌다. 워싱턴 원칙은 ‘나치가 약탈한 미술품을 원래 소유주의 후계자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제 규약이다.
다만 이 초상화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탈이나 도난, 불법 압수됐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예술법률 전문가인 에른스트 플로일은 “그림의 뒷면은 완전히 손대지 않은 상태”라며 “나치 집권 때 약탈 예술품을 보관했던 선적소에서 발행한 우표나 스티커가 붙었던 흔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이 그림이 약탈당하지 않았다는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 소유자와 리저 가문 후계자가 합의해 그림을 경매에 부친 것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리저 양의 초상’은 영국과 스위스, 독일, 홍콩 등에서 전시된 뒤 오는 4월24일 비엔나에서 열리는 경매에 부쳐진다. 경매를 주관한 경매업체 ‘임 킨스키’ 측은 이 그림이 5400만 달러(약 722억원)에 판매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