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만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선출된 황지에 후보가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4월 커밍아웃한 그는 대만 최초의 성소수자 입법위원이 됐다./황지에 페이스북

지난 13일에 대만에서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이 동시에 치러진 가운데, 입법위원 선거에서 대만 최초로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성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일)한 성소수자 정치인이 당선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대만 남부 가오슝 제6선거구에 민진당 후보로 출마한 황지에(黃捷)다. 그는 5선 중진 국민당 원로 의원 천메이 등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51.01%의 지지를 얻어 입법위원으로 당선됐다. 2018년 가오슝 시의회 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정치에 입문한 황지에는 1993년생으로, 올해 31살인 청년이다. 진보 정당인 시대역량(NPP) 소속이었다가 탈당한 황지에는 무소속으로 시의원을 지내다 지난해 민진당에 합류했다.

대만 입법의원 선거를 앞두고 스쿠터를 타고 가오슝에서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는 황지에(맨 오른쪽) 당시 후보의 모습./황지에 인스타그램 캡처

황지에 후보는 후드티를 입고 스쿠터로 거리를 달리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자신의 굿즈(상품)을 출시하는 등 독특한 방식으로 유세를 전개했다. 대만 중앙통신사(CNA)는 “차이잉원 전 총통 등 정치인들은 (황제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여러 차례 가오슝으로 내려갔으며, 그와 함께 거리를 청소하면서 유세를 펼쳤다”고 전했다.

긴머리를 분홍색으로 부분염색한 그는 소셜미디어에 뉴진스의 ‘슈퍼샤이’ 챌린지 영상을 올리고, 샌드위치를 들고 찍은 셀카를 올리는 등 젊은 세대로서 솔직한 면모를 보이면서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특히 황지에는 2019년 가오슝 시의회에서 가오슝 시장이 반복적인 답변을 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듯 눈을 굴리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이 장면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이 해프닝으로 그는 ‘눈을 굴리는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황지에의 또 다른 특징은 그가 공개적으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힌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4월 대중 앞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그는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는 커밍아웃을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그 말고도 커밍아웃을 한 시의원이 일부 있지만 입법위원 중에서 공개적으로 성소수자임을 밝힌 사례는 없다. 이에 따라 황지에는 대만 최초의 LGBTQ(성소수자) 의원이 될 전망이다.

황지에는 당선이 확정된 이후 “젊고 성실한 사람들에게 봉사할 기회를 주겠다는 ‘가오슝 정신’이 우세했다”면서 “앞으로도 (가오슝의) 안녕을 지키고 세계적으로 돋보이는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앞서 커밍아웃 이후 반대 세력의 공격에 부딪혔다고 밝히면서 자신이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대만 사회에 여전히 진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고 했다.

대만의 해커 출신 디지털 담당 장관 오드리 탕. 트랜스젠더인 그는 2016년 장관직에 임명돼 현재까지 직을 이어가고 있다./페이스북

대만은 2019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등 성소수자 권리가 비교적 잘 보장된 국가다. 그만큼 성소수자 정치인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많은 편이다. 2016년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전환한 해커 출신 트렌스젠더 오드리 탕이 정무위원(장관)에 발탁됐다. 세계 최초의 트랜스젠더 장관으로 알려진 그는 현재까지 디지털 담당 장관으로 재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올해의 100인’에 차이잉원 당시 총통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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