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각)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반유대주의와 논문 표절 논란 속에 사임했다./AP 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 클로딘 게이 총장이 2일(현지 시각) 사임했다. 지난해 7월 취임 후 5개월 만이다. 하버드대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은 “1636년 개교 이래 최단 기간 총장직 수행으로 기록됐다”고 했다.

게이 총장은 지난달 미 하원에서 반(反)유대주의와 관련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한 뒤 학교 안팎의 사퇴 요구를 받았지만 이사회로부터 재신임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외부 비판이 계속됐고 자신이 쓴 논문에 대한 표절 지적까지 잇따르면서 논란이 커지자 전격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버드대는 이날 앨런 가버 교무처장에게 임시 총장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버 임시 총장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발발 후 하버드대가 발표한 성명과 관련해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지 않다’면서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었다.

게이 총장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마음이 무겁지만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되었음을 알리고자 이 글을 쓴다”면서 “제가 사임하는 것이 하버드대에 가장 이익이 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그는 “증오에 맞서고 학문적 엄정성을 지키겠다는 저의 두 가지 가치가 의심받는 것은 고통스러웠다”면서 “인종적 적개심에 기반해 인신공격과 위협을 받는 것도 두려웠다”고 했다.

이날 하버드대 이사회도 “하버드대는 지난 몇 달 동안 지속적이고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어쩔 수 없이 게이 총장의 사임을 받아들인 것은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이사회는 “게이 총장이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 인종차별적 독설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그런 공격을 규탄한다”고 했다.

게이 총장은 지난달 5일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반유대주의 혐오 발언은 대학 행동 강령에 어긋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하버드의 가치와 상충되지만 우리는 혐오스러운 견해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한다”고 답하면서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앞서 하버드 학생 단체 연합이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 정권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는데, 이에 대해서도 ‘총장이 반유대주의를 방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부터 최근까지는 일부 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게이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하버드대 이사회는 ‘논문 2편에서 인용 표시가 불충분한 부분을 수정하면 된다’는 취지로 게이 총장을 옹호해왔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게이의 사임은 미국 고등 교육을 둘러싼 이념 싸움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게이 총장은 뉴욕의 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대학 역사상 첫 흑인 총장이자 두 번째 여성 총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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