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미 여성 연방대법관이었던 샌드라 데이 오코너 전 대법관의 생전 모습. 1981년 자신의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 도착해 미소짓고 있다./AP 연합뉴스

최초로 미국 여성 연방 대법관으로 임명된 샌드라 데이 오코너 전 대법관이 1일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코너 전 대법관이 치매에 따른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인 1981년 대법관으로 임명된 그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대법관 자리에 올라 미 사법부 유리천장을 깼다.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오코너 전 대법관은 낙태권 등 민감한 현안 판결마다 대법원의 무게추 역할을 했다.

NYT는 “그는 대법원장이 아니었음에도 그의 재임 기간 중 대법원은 종종 ‘오코너 법원’으로 불렸다”며 “실제 오코너 전 대법관은 대법원의 넓은 이념 지향의 정중앙에 자리잡고 미국 법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말 그대로 당대 미국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여성이었다”고 했다. CNN은 “오코너 전 대법관은 후대 여성 법조인들의 귀감이었다”며 “그녀는 자신이 수호한 낙태권 판결을 한층 보수로 기운 대법원이 뒤집는 현실을 목도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2003년 1월 6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샌드라 데이 오코너 미국 대법관이 텍사스주 대법관들에게 취임 선서를 하기 전 모습. 1981년 미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대법원에 입성한 오코너는 향년 93세로 별세했다./AP 연합뉴스

1930년 3월 애리조나의 목장에서 태어난 그는 16세에 스탠퍼드대에 입학했고, 19세의 나이에 스탠퍼드 로스쿨에서 법학 공부를 시작하는 등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로스쿨에 여성 동기는 5명이었다. 그는 최고 성적으로 로스쿨을 졸업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요 로펌에서는 채용을 거부했고, 캘리포니아주 검찰사무실에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973년에는 여성으로 처음으로 애리조나 주상원을 이끌었고, 이듬해 주 판사로 선출됐다.

미국 대법원 대법관들이 2003년 12월 5일 워싱턴DC 대법원에서 공식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좌측부터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관,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 뒷줄 왼쪽부터, 루스 긴즈버그, 데이비드 H. 소터, 클라렌스 토마스, 스티븐 G. 브레이어 대법관. 미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었던 오코너가 2023년 12월 1일 향년 93세로 별세했다고 미국 대법원이 발표했다/AFP 연합뉴스

오코너 전 대법관은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이었지만 대법관으로 취임 이후에는 여성의 인권과 소수인종 보호 등 격동의 시기 미국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1992년 임신 6개월까지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도전받았을 당시 특유의 중재 역할을 자임해 낙태권 수호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2003년 대학 입학에서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어퍼머티브 액션’을 옹호 결정을 내린 것을 비롯해 투표권, 성소수자 등 사회를 달구는 현안마다 소수자 권리 수호에 무게를 둔 신중한 판결을 주도했다.

오코너 전 대법관은 25년 간 대법관으로 일하다가 2006년 은퇴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오코너 전 대법관에게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수여했다. 2018년에는 성명을 통해 치매 진단 사실을 밝히고 공개 활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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