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전쟁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28일 오후(현지시각)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스라엘은 전날(27일) 오후부터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의 육·해·공군 합동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이 30만명의 대군을 집결해 준비해 온 지상전 개시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던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아직 전면적 수준의 대규모 공격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지상전 개시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갈란트 장관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어제부터 시작된) 우리 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의 땅이 크게 흔들렸다”며 “이스라엘이 전쟁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지상과 지하, 모든 장소에서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했다”며 “새로운 명령이 있을 때까지 (가자지구내)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가자지구는 만 하루 이상 이어진 이스라엘의 집중 폭격으로 인터넷과 각종 통신마저 모두 끊어진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하마스의 지하 터널과 벙커 150여개를 공격해 파괴했다”며 “이 과정에서 탱크 등 지상군 병력이 가자지구내에 진입해 작전을 펼쳤고, 여전히 그곳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발언은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 20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의 외교·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하마스와의 전쟁은 3단계로 치러질 것”이라며 1단계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 2단계는 하마스 완전 제거를 위한 가자지구내 지상군 투입(지상전 개시), 3단계는 가자지구를 둘러싼 새 안보 현실 창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1단계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1단계 상황의 다음 단계는 2단계, 즉 지상전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도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침공(ground invation)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그러나 아직 지상전 개시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갈란트 장관의 발언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지상작전이 점차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앞서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소장)은 27일 밤 기자 브리핑에서 “이번 지상작전 확대가 공식적인 가자지구내 지상전 개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알렉산데르 벤 즈비 주(駐)러시아 이스라엘 대사도 이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아직 대규모 공격은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CNN, 영국 BBC 등 서방 주요 언론들은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해 작전 규모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고만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지상전 개시 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은 국제 사회의 부정적 기류를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시작하면 이에 대응하겠다”며 개입을 기정사실화 한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카타르·이집트 등 아랍권 9국도 26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 역시 지상전이 본격화할 경우 초래된 민간인 사상자 급증과 주변국으로 확전 등을 우려해 ‘신중한 접근’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이스라엘 민간인과 외국인 1100여명을 납치·학살한 하마스 조직을 완전히 궤멸하겠다며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반복해 드러냈다. 또 이를 위해 가자지구 주변에 30만명이 넘는 병력과 수천대의 탱크와 전투 헬기를 집결시켜 대대적 침공을 준비해 왔다. 갈란트 국방 장관과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직접 군 부대를 찾아 “곧 지상전이 시작된다”고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의 피란을 더 강력한 어조로 요구했다. 하가리 소장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각적인 안전을 위해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시티의 모든 주민은 일시적으로 남쪽으로 이주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것은 단순한 예방 조치가 아니라 긴급한 군사적 권고”라고 밝혔다.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집트 외무부는 이날 “이스라엘이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대규모 지상 침공은 민간인 사망자 급증과 지역의 불안정화 등 전례없는 인도주의적, 안보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의 강화된 가자지구 공격은 여성과 어린이, 무고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아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즉시 이 광기의 상태에서 벗어나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수행한 지상작전을 규탄하고 비난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미국도 공개적으로 ‘휴전’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국지적인 임시휴전이 인질들의 석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우리는 당연히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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