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호컬(앉은 이) 뉴욕 주지사와 한국계인 론 김(맨 왼쪽), 그레이스 리(왼쪽에서 둘째) 뉴욕주 하원 의원 등이 9일(현지 시각) 뉴욕주 전역의 공립학교에서 설날을 휴일로 선언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서명한 후 박수 치고 있다. /미 뉴욕주

내년부터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도 마음 편히 설날을 즐길 수 있게 된다. 11일(현지 시각) 뉴욕주(州)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아시아의 설날을 뉴욕주 전역의 공립 학교 휴일로 선언하는 법안에 지난 9일 서명했다.

호컬 주지사는 “설날을 학교 휴일로 지정함으로써 뉴욕의 AAPI(아시아·태평양계)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이들은 문화와 전통을 배우고 기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레이스 리 뉴욕주 하원의원은 “뉴욕은 설날에 학교가 쉬도록 한 미국 최초의 주가 됨으로써 귀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법안은 설날을 ‘중국 설’이 아닌 ‘아시아 음력 설’이라고 표기해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유엔은 설 기념우표를 발행하면서 중국 설(Chinese Lunar Year)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나이키, 애플 등 미국 주요 기업들도 공식 소셜미디어에 ‘중국 설(Chinese new year)’이라고 표기하는 등 설날이 중국 고유의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설날을 아시아의 것으로 인정하는 주 정부 움직임이 올 들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캘리포니아주가 설을 공식 휴일로 지정하며 중국 설이 아닌 ‘음력 설(lunar new year)’이라고 표기했고, 지난 6월 콜로라도주도 매년 2월 첫째 주 금요일을 ‘음력 설’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뉴욕주의 법안 통과에는 그레이스 리, 론 김 등 한국계 의원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은 “설날을 주 전역에서 인정받는 공휴일로 만들기까지 여러 세대에 걸친 의원들의 노력이 필요했다”며 “아시아계 미국인을 인정해준 호컬 주지사를 비롯해 동료 의원들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레이스 리 의원은 “이 법은 새로운 세대가 아시아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