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귀국한 ‘태국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 탁신 친나왓(74) 태국 전 총리를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그의 사면(赦免) 여부다.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해 해외로 떠났던 그는 2008년 잠시 고국에 들른 이후 15년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영국 런던 등에서 망명 생활을 해왔다.
그는 망명 중 열린 재판에서 3건의 부정부패 혐의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태라, 귀국 후 구금 절차를 밟았다. 대법원이 궐석(闕席) 재판에서 확정한 형을 탁신에게 통보하는 절차를 거쳐, 탁신은 교도소에 수감됐다. 태국 대법원은 “탁신이 8년간 복역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귀국 즉시 교도소 수감 “징역 8년”
탁신은 미얀마 차관(借款‧정부나 기업 간 대출) 불법 승인, 통신사 주식 불법 보유, 디지털 복권 발행 관련 비리, 전처(前妻) 방콕 국유지 헐값 매입 관련 혐의 등 4건의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전처 방콕 국유지 헐값 매입 관련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다.
귀국 즉시 각종 부정부패 혐의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탁신이 20여 차례의 일정 번복 끝에 전격 귀국한 것은 사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앞서 탁신은 귀국 일정을 밝히며 “허락을 구한다. 나는 늙었다”고 거듭 호소해왔다.
◇70세 이상은 사면 신청 가능
태국 현행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70세 이상 국민은 왕실 사면을 신청할 수 있다. 사면은 탁신 본인이나 패통탄 등 가족이 신청할 수 있고, 한 차례 기각될 경우 2년간 다시 신청할 수 없다.
탁신이 귀국일을 22일로 택한 것은 이날 의회의 총리 선출 투표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딸인 패통탄이 이끄는 제2야당 프아타이당은 세타 타위신(60) 전 산시리 회장을 총리 후보로 내세운 상태다. 10개 야당이 탁신계 프아타이당과 연합했다. 상당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탁신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탁신계 정당이 내세운 후보가 총리가 되는 데 힘을 실어주겠다는 포석과 함께, 자신의 왕실 사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야권 지지자들의 예상을 깨고 군부와 손을 잡은 프아타이당이 탁신의 사면을 위해 군부와 ‘사면 거래’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타나폰 스리얀쿨 태국 정치정책연구소 소장은 부총리 재임 시절의 공공 건설 관련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수텝 트악수반(74) 전 태국 부총리를 거론하며 “탁신이 사면되면 수텝도 그런 혜택을 받고 10년 넘게 이어진 정치적 갈등이 종식될 것”이라고 방콕포스트에 말했다. 수텝 전 부총리는 탁신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56)의 총리 재임 시절인 2013~2014년 반(反)정부 시위를 주도한 인물이다. 태국 대법원은 탁신 전 총리 귀국 직후 수텝 전 부총리에 대한 무죄를 확정했다.
◇”군부의 ‘정치적 인질’ 된 탁신”
탁신계 프아타이당과 군부의 대결 구도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 5월 총선에서 군부 축출과 왕실모독제‧징벙졔 폐지를 내세운 하버드대 출신 40대 기수 피타 림짜른랏(43)이 이끄는 전진당이 예상을 깨고 승리했다.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피타는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위기에 빠지자 프아타이당은 지난 2일 “전진당을 빼고 연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탁신가가 앙숙인 군부와 손잡는다는 소문이 돌았고, 지난 17일 군부 정당인 연합태국국가당이 “프아타이당 주도 연정에 참여한다”고 밝히며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타나폰 소장은 “탁신이 프아타이당이 군부 정당인 연합태국국가당과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보장하기 위해 탁신이 감옥에서 ‘정치적 인질’로 복역해야 할 것”이라고 방콕포스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