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하와이 마우이섬 대형 산불 사태로 라하이나 해안 도로까지 불길이 번지면서 해안도로에 세워진 차량들이 10일 까맣게 탄 채로 방치된 모습. /A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를 초토화시킨 대형 산불의 화마를 피해 탈출하던 차량 행렬에는 아나 캐롤라이나 페네도(42)와 그의 어머니(69)도 있었다. 불길은 맹렬한 기세로 건물과 유적, 반얀트리 등 마을을 집어삼킬 듯 거침없이 태우고 있었고, 이미 차량 밖 도로까지 불씨가 떨어지고 있었다. 안전한 곳은 오직 바다뿐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페네도는 어머니에게 “물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의 어머니는 수영할 줄 몰랐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차를 버리고 바다로 도망쳤고, 화염을 피하기 위해 몸에 물을 끼얹었다. 어린이를 비롯해 수십명이 두 사람처럼 물가로 도망쳐왔다. 바위에 매달리거나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었다. 페네도는 바다에 들락날락하며 구조 인력이 올 때까지 11시간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그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바다에 빠져 목숨을 구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15일 영국 가디언은 마우이섬 대형 산불 생존자 페네도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페네도는 “엄마와 함께 지옥을 겪었다”며 “우리는 목숨을 걸고 불길과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페네도는 화재 당시 문제점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짚었다. 당시 그는 강풍으로 전기가 끊길 때만 해도 불이 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이렌 경보가 울리지 않았던 탓이다. 검은 연기와 치솟는 불길이 지척에 와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는 화재 당시와 이후의 정부 대응에 더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당국은 제때 주민들에게 경고와 대피령을 내리지 못한 데다, 화재 후 구호물자 분배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그는 지인이 제공한 임시 숙소에서 머물고 있다. 그는 “우리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민간단체나 친구들끼리 서로 돕고 있을 뿐”이라며 “지금 모두 어디에 있나”라고 물었다.

자원봉사자들이 14일(현지시각) 하와이 마우이 호노카와이 해변 공원에서 마우이 화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구호품을 나눠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 이들의 증언은 외신 보도를 통해 잇따랐다. 해양 보호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아넬리스 코크란(30)은 워싱턴포스트에 화재 당시 거동이 불편한 86세 남성 프리먼과 중년 여성을 데리고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해류와 저체온증 위험으로 바다가 매우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들은 너무 추우면 이따금씩 불길 가까이 다가가 몸을 녹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잔해를 붙잡은 채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 표류하고 있었다. 이들은 5시간가량 해안가에 갇혀 있던 끝에 밤 12시가 넘어서야 소방관들에게 구조됐다. 하지만 고령의 프리먼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라하이나 은행에서 일하는 리사 프란시스(54)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해안가에 있는 큰 바위 아래로 몸을 피한 뒤 불길이 잦아들자 방파제로 올라가 구조대를 기다렸고, 이튿날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구조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불길에 바닷가로 뛰어든 사람들 중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도 있다. 라하이나의 한 주민은 현지 언론인 ‘하와이 뉴스 나우’에 “바닷가에 있는 방파제에 여전히 시신들이 둥둥 떠 있다”고 했다. 라하이나 주민 브라이스 바라오이단은 온라인 매체 ‘뉴스네이션’에 “물 위에 떠 있던 배들이 화재로 폭발했고 기름이 흘러 나와 물에 떠 있던 사람들을 덮쳤다”고 전했다.

이번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로 10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100년만의 미국 최악의 산불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시 그린 하와이주지사에 따르면 15일 기준으로 확인된 사망자 수가 101명으로 늘었다. 당국은 실종자에 대한 구조, 수색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사망자수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