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사진은 수퍼볼 진출을 확정하고 기뻐하는 마이클 오어 가족. 왼쪽이 리앤 투이, 오른쪽은 션 투이다. 왼쪽 사진은 오어 실화를 영화로 만든‘블라인드 사이드’의 포스터. 양어머니 역의 샌드라 불럭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 인스타그램

2010년 샌드라 불럭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겼던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오어(37)가 양부모 리앤·션 투이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오어의 실제 성장 스토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미국 멤피스 빈민가에서 태어난 오어는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숨졌고, 어머니는 마약에 빠져 가정을 내팽개치는 바람에 노숙을 밥 먹듯 했다. 그런 그에게 손길을 내민 이가 멤피스 지역의 여성 부호 리앤 투이였다. 80여 개가 넘는 패스트푸드점을 소유한 리앤은 우연히 만난 거리의 부랑아를 외면하지 않고 집에 데려와 재우고 먹였다.

리앤은 또래보다 한참 컸던 오어(현재 키는 193㎝)가 미식축구에 소질이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보호 본능이 선천적으로 발달해 쿼터백을 보호하는 오펜시브 라인맨으로 적격이었다. 투이 부부는 오어의 대학 진학을 위해 가정교사까지 데려오는 등 헌신적으로 지원했고, 오어는 5년 뒤인 2009년 NFL(미프로풋볼) 신인 드래프트에서 볼티모어 레이븐스 유니폼을 입는데 영화는 이 실제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오어는 기대대로 NFL에서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2013년에는 레이븐스 유니폼을 입고 수퍼볼에 출전해 우승의 감격을 누렸고, 2016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의 한 장면.

하지만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던 감동적인 스토리는 법적 다툼으로 번질 전망이다. 투이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오어는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 부유한 가정에 입양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화의 핵심적인 이야기가 투이 부부가 부를 축적하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P통신은 “오어는 20년 전 입양 절차의 일환이란 설명을 듣고 투이 부부가 자신의 후견인이 되는 것에 동의했는데 실제로는 투이 부부와 가족 관계가 없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오어는 투이 부부가 영화 등을 통해 자신들이 양부모라며 공개적으로 표현하면서 부당한 부를 쌓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오어는 고소장을 통해 투이 부부가 후견인의 권한을 이용해 자신과 두 자녀에게 3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아카데미상 수상작의 로열티로 수백만 달러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반면, 오어는 “그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영화에 대한 대가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이 부부는 오어를 계속 양아들이라고 부르며 재단을 홍보해 왔고, 작가이자 강사로 활동하는 리앤 투이의 작품을 홍보하는 데도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션 투이는 “우리는 망연자실했다. 우리 아이들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속상하다”며 “하지만 16살 때 마이클을 사랑했던 것처럼 37세의 마이클도 사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션은 오어가 원한다면 후견인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뜻도 밝혔다.

오어는 현역에서 뛸 때도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영화가 그를 실제보다 덜 똑똑한 사람으로 묘사했으며, 이것이 사람들의 시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오어는 “사람들은 내가 NFL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 제대로 보지 못하고, 경기장 밖에서 일어난 일로 나를 평가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