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러시아 징집병들이 대열 맞춰 서 있다. /타스 연합뉴스

최근 러시아에서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지지 않은 채 가족을 떠난 아버지가 전쟁에 참전한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뒤늦게 나타나 보상금을 타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청원 사이트에는 이를 막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고, 현지 여성들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러시아 매체 렌타는 ‘러시아 여성들이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들 때문에 전남편을 고소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과거 자발적으로 양육을 포기한 아버지들이 전쟁에서 숨진 아들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7일 현재까지도 홈페이지 ‘인기 기사’로 분류될 만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레닌그라드주 고르분키 마을에 거주하는 아나스타시야 유디나의 아들 케말 보스타노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21세 나이로 전사했다. 그런데 주민등록등본에는 등록되어 있지만, 아들이 생후 6개월일 때 집을 나가 단 한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아버지가 아들이 전장에서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군 당국에 보상금의 절반을 요청하는 서류를 보냈다. 유디나는 생물학적 아버지여도 보상금을 수령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고, 약 1년간의 법적 다툼 끝에 지난 5월 겨우 승소했다.

유디나는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4월 18일 글로벌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 부양 의무를 저버린 전 남편의 보상금 수령 권리를 박탈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1000명을 목표로 시작한 청원에는 현재 556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 글을 보면, 유디나는 “수백 명의 어머니들이 법의 부당함에 직면해 있다”며 “아들의 장례식이 끝나면 어머니는 법정에 출두하여 생물학적 아버지가 보상금을 받을 자격이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아버지들은 자녀 양육비를 지불하지 않았고, 지불하더라도 아주 적었다. 이 아버지들은 양육에 참여하지도, 아들의 삶에 관심이 있지도 않았지만, 이들은 보상금을 받길 원한다”고 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21세 나이로 전사한 러시아군의 어머니 아나스타시야 유디나가 "부양 의무를 저 버린 전 남편의 보상금 수령 권리를 박탈해달라"는 취지로 올린 청원 글. /체인지

유디나는 무책임한 남편의 보상금 수령을 막기 위해 아내가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만 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유디나는 “러시아 대통령에게 호소한다. 러시아군 사망 보상금 지급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달라”며 “어머니들이 왜 법정에 가서 남편의 보상금 수령이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야 하느냐”고 했다. 이어 “많은 어머니들이 아들들을 혼자 키웠고, 아이를 잃는 것은 우리의 고통일 뿐”이라고 했다.

매체는 로스토프·스타브로폴·사라토프·블라디미르주 등에 거주하는 여성 유족들의 사연을 전하며, 이들 모두 유디나와 똑같은 상황에 놓여있다고 했다. 남편의 보상금 수령 권리를 박탈하기 위해 제기된 소송이 수십건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안으로 이른바 ‘구하라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한 후 오래전 가출한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법원에 발의됐다. 20대 국회에서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 현재 21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6월에는 2021년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실종된 김종안 씨의 친누나 김종선(61)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구하라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김종선 씨는 2살때 자식을 버리고 간 생모가 김종안 씨가 실종되니 54년만에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