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영화 '인어공주'를 관람한 영화팬들이 트위터에 올린 인증샷. /온라인 커뮤니티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주연을 맡은 디즈니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이 영화는 ‘블랙워싱’ 논란에 휩싸이며 개봉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별점 테러’에 시달렸는데, 지난 26일 개봉하면서 호평이 이어졌고 영화 팬들은 인어공주 코스튬으로 관람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등 반전을 꾀하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영화 자료 사이트 IMDB의 국가별 관객 평점(10점 만점)을 보면 ‘인어공주’는 미국에서 6.3점, 영국 5.9점, 브라질 5.8점, 캐나다 5.7점, 멕시코 6.3점 등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IMDB는 이 영화의 평점 페이지에 경고 표시와 함께 “우리의 등급 메커니즘이 이 영화에 대한 비정상적인 평점 활동을 감지했다”며 “평점 시스템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대체 가중치 계산법이 적용됐다”고 공지했다. IMDB 측은 사용자의 모든 평점 활동을 수용하고 있지만, 모든 평점 활동이 최종 평점에 동일한 비중치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평점을 매기는 정확한 방법은 공개되지 않았다.

프랑스 영화 사이트 ‘알로씨네’(AlloCine) 역시 “현재 주의가 필요한 비정상적인 점수 분포가 관찰되고 있다. 우리는 당신이 영화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기를 권장한다”는 경고를 했다고 전했다. 미 매체 데드라인은 독일의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 ‘무비파일럿’(Moviepilot)에서 ‘인어공주’는 개봉되기 전에 10점 만점에 0.7점을 받았다고 전했다. 데드라인은 또 한국의 네이버 평점 페이지에는 “도저히 몰입이 안 된다”는 등 악평과 함께 10점 만점 중 1점을 준 관객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네이버 전체 관람객 평점은 개봉 첫날 1.96점이었다가 현재는 6.60점 수준으로 올라왔다.

할리 베일리는 지난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캐스팅 논란에 대해 “솔직히 예상하고 있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여러분과 저 같은 흑인들은 이 사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을 때가 있다”며 “그래서 딱히 충격을 받거나 하진 않았지만, 물론 1명의 인간으로서야 그런 반응들을 직접 마주 하는 게 조금은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거기에 매몰되기보다 더 큰 그림을 보기로 했다”며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이고 흥분되는 일인지 이 세상의 수많은 흑인 어린이들 소녀들 소년들 심지어 어른들까지도 내가 대표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말이다. 지금 제가 신경 쓰고 집중 하고 있는 건 바로 그 부분”이라고 했다.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러나 영화 개봉 직후 할리 베일리의 캐릭터 소화력과 가창력, 연기에 대한 호평도 잇따랐다.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인어공주’는 실제로 티켓을 구입한 인증 관객 평점 95%으로 나타났다. CNN은 29일(현지 시각) “이 영화를 둘러싼 인종 차별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으니 그 대신 그녀의 연기가 주는 즐거움에 집중하겠다”면서 “영화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베일리의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 버전만 들어도 할리 베일리가 이 역할을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호평했다. 영국 가디언은 베일리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점”이며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은 승리”라고 평했다. 영국 ‘더 타임즈’의 영화평론가 케빈 마허는 “타고난 카리스마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모든 반대자들을 제자리에 앉혔다”고 평가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할리 베일리를 응원하기 위한 ‘인증샷’ 챌린지도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 등에는 영화팬들이 인어공주 코스튬을 입고 ‘인어공주’ 포스터 옆에서 관람 인증샷을 찍은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딸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해외 관람객은 트위터에 “우리 공주님(딸)들이 인어공주를 보며 생일인 주말을 보내 정말 행복했다. 할리 베일리는 대단한 일을 해냈고, 아이들과 이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다른 관람객은 “할리 베일리는 진정한 인어공주였다”고 평가했고, 또 다른 관람객은 “크레딧이 올라가자 극장의 모든 아이들이 큰소리로 박수를 쳤고 어른들도 기꺼이 동참했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런 엇갈린 평가에도 이 영화는 훌륭한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인어공주’는 개봉 첫 주말 오프닝 스코어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다. 미국의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인 메모리얼 데이 연휴 기간의 개봉작 흥행 기록으로 역대 5위에 올랐다.

영화 흥행수입 집계 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이 영화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미국에서 1억1750만달러(약 1천560억원)의 티켓 매출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1억8580만달러(약 2천460억원)를 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