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불화를 신고했다가 경찰 총에 맞은 흑인 소년 에이드리언 머리(11). /AP 연합뉴스

미국 경찰이 가정 폭력을 신고한 10대 흑인 소년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5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0일 새벽 미시시피주 인디애놀라 한 가정집에서 일어났다. 흑인 소년 에이드리언 머리(11)는 갑자기 찾아온 이부형제의 아버지가 격분한 상태로 어머니를 위협하자, 어머니에게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911에 신고했다. 가정 내 불화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지만 에이드리언은 어이없게도 출동한 경찰에게 공격당하고 말았다.

당시 경찰관 그레그 케이퍼스는 오전 4시쯤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자 에이드리언의 어머니는 “집에 있는 모든 사람은 비무장 상태”라고 외쳤다. 그러나 그레그는 고함치며 모두에게 손을 들고나올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천천히 밖을 향했고 에이드리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레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이때 나왔다. 돌연 에이드리언의 가슴 쪽으로 총을 쏜 것이었다. 에이드리언의 어머니는 “아들이 ‘왜 나를 쐈나요?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요’라고 말하며 울었다”고 전했다. 이 일로 에이드리언은 폐 손상을 겪어야 했고 갈비뼈 골절과 간 열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산소 호흡기와 흉관을 단 채 전날 퇴원했다.

에이드리언 가족과 지역 사회는 그레그의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디애놀라 시의회는 수사당국이 사건을 조사하는 동안 그레그를 유급 행정 휴직에 처하기로 했다. 해임 등 추가 징계에 대한 여부는 불분명한 상태다. 그레그와 경찰 측의 공식 입장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인디애놀라 경찰서장은 지역 언론을 통해 “양측에 모두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경찰이 오인 총격을 가해 비극을 부른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4월 뉴멕시코주에서는 가정 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을 잘못 찾아가 엉뚱한 사람을 사살한 사건이 있었다. 앞서 2021년 9월에도 뉴저지주에서 자택 뒷마당에 침입자가 있다고 신고한 남성이 경찰에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일어난 바 있다.

WP는 지난 1년간 미국에서 경찰 총에 사망한 사람이 1079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올해 들어서는 407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WP는 “피해자 절반은 백인이었지만 흑인 인구가 전체 미국 인구 중 14%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흑인의 사망 비율이 백인의 2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