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 난항으로 6월초 채무 불이행(국채 이자 지급 불능)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재무부가 연방 정부 기관들에게 예정된 지출을 늦출 수 있는지 문의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재무부는 주요 연방 정부 기관에게 6월 초 이전에 내야 할 돈이 있는 경우 지급 시기를 늦추는 게 가능한지 문의하고 있다. 다만 지급 시기를 원래 기한보다 늦춰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한 소식통이 WP에 전했다.
지난주에는 재무부 고위 당국자가 연방 정부 기관들에게 메모를 보내 지출 계획을 사전에 재무부에 통보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WP가 확보한 메모에 따르면 재무부는 지출 규모가 5000만∼5억달러일 경우 최소 이틀 전에 재무부에 알리고, 5억달러를 넘는 경우 닷새 전에 통보하라고 했다.
이같은 재무부의 움직임은 잇단 부채 한도 협상 결렬로 6월 1일 시한이 임박하자 협상 시간을 더 벌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WP는 보도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일 “이대로라면 6월 1일쯤 디폴트”라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은 이어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6600만명의 사회복지 수혜자와 수백만 명의 참전 용사, 군 가족이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미국 일자리와 기업이 피해를 입어 불황(recess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 등 의회 지도부와 지난 9일, 16일 회동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17일 아시아 순방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24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연합체) 정상회담 일정 참석을 취소하고 21일 조기 귀국했다. 22일 세 번째 회동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정부는 세수로 지출이 충당되지 않을 때 국채를 발행한다. 부채 한도 조정 권한이 있는 미 의회는 1960년 이후 현재까지 78번 부채 한도를 늘려줬다. 미 의회가 2021년 말 설정한 31조4000억달러(약 4경2045조원)의 부채 한도는 지난 1월 이미 찬 상태다. 종전에는 부채 한도가 다 차기 전에 의회가 한도를 높여줬는데, 최근 들어 미국 정치의 분열과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야당인 공화당은 부채 한도 상향 조정의 조건으로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은 기존 관례대로 다른 조건 없이 부채 한도를 조정하라고 맞서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다.
부채 한도 협상이 3차례 결렬되자 시장 우려는 커지는 모양새다. 2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부채한도 협상 난항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6월 통화정책 회의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