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24일(현지 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몬테네그로 당국이 자국에서 체포돼 구금 중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해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각)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 두 나라가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 두 국가 중 어느 쪽이 (범죄인 인도의) 우선권이 있는지 말하기는 어렵다”며 피의자 국적, 범죄의 중요성, 인도 청구 날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상통화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 대표는 지난해 4월 말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11개월가량 도피 생활을 이어 왔다. 그러다 지난 23일 측근인 한모씨와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했고 공문서위조 혐의로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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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는 원칙적으로 피의자 구금을 최대 72시간까지만 허용하지만, 최근 현지 법원이 이를 최대 30일까지 연장했다. 이에 따라 권 대표의 신병이 한국이나 미국으로 인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코바치 장관은 “권 대표와 한씨가 위조 여권 소지 혐의로 조사받고 있으며 형사 소송에서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SDNY)은 권 대표가 체포된 직후 그를 투자자기만·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시세조작·상품사기·증권사기 등 8가지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이외 싱가포르 경찰도 권 대표가 800억원대 가상화폐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지난달부터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